'캐논으로 보다, 캐논이 보여주다.' 캐논코리아가 통합 브랜드로 새 출발을 알리며 내세운 문구다. 캐논코리아는 지난해 11월 사무기 사업과 카메라 판매 법인 경영을 통합해 새로운 법인으로 출범했다. 캐논 카메라로 찍고, 캐논 프린터로 출력해 입력에서 출력까지 가능하게 하는 토털 이미징 솔루션 기업으로 방향성을 제시했다. 통합으로 한 단계 더 높은 고객가치를 창출한다는 목표다.
지난 9월 취임한 박정우 캐논코리아 대표는 통합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원 캐논' 비전을 제시했다. 입력기와 출력기를 함께 다루는 유일한 회사로서 '원 캐논'이 제공할 수 있는 다양한 비즈니스,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그는 B2C, B2B를 아우르는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 고객 경험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캐논에 30년 가까이 몸담으면서 연구소, 마케팅, 영업 등을 두루 거쳤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만큼 현장 이해도와 전문성이 높다. 그는 비즈니스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서도 원 캐논을 구현해 기업과 구성원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겠다는 뜻도 밝혔다. 회사 대표이자, 동료로서 원 캐논의 가치를 극대화하겠다는 포부다.
대담=이호준 전자신문 전자모빌리티부장
-지난 9월 캐논코리아 대표로 취임했다. 최근 캐논코리아 통합 1주년을 맞이하기도 했는데 소감과 목표는.
▲첫 직장인 캐논에서 29년째 다니고 있다. 연구소에서 오래 근무하다 이후 솔루션 영역도 접했고 마케팅, 직판영업, 대리점 영업 등 다양한 분야를 경험했다. 과거부터 이루고 싶은 회사 미래상, 비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왔다. 캐논코리아 통합 이후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내년부터 그려왔던 조직, 회사를 만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캐논코리아는 사무기기와 카메라 사업이 함께 하는 환경으로 바뀌었다. 이미 각 영역에서 완성도가 높아 통합 이미지 솔루션 회사로서 입지는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카메라, 복사기뿐만 아니라 메디컬 헬스케어, 산업설비 반도체 등 '원 캐논' 전략으로 여러 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고, 매출과 조직을 확대하고 싶다.
-통합 이후 조직 측면에서 어려움은 없었나.
▲경영통합시 통상적으로 인원 감축이나 조직 축소가 발생하지만 우리는 있는 그대로 통합했다. 직원들은 자기가 하던 일 그대로 하면 된다. 오히려 카메라 영역 직원이 복사기 등으로 업무를 확장하고 싶어하는 부분이 있다. 역량을 키우고 더 큰 사업 영역을 다뤄볼 수 있도록 순환보직제도도 운영 중이다. 직원 반응이 좋은 편이다.
통합 1년차에 토털 이미징 솔루션에 대한 틀을 만들었다면 이제 매출을 늘려 기업 성장을 이어가야 할 때다. 기업이 계속 성장해야 직원이 안정적으로 회사 생활을 할 수 있다. 올해 매출은 7000억원대 초반을 예상한다. 메디컬이나 산업설비 부분을 육성해 3~5년 내 1조원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통합 이후 비즈니스 솔루션 분야도 변화가 예상된다.
▲예를 들어 카메라 프로그램 버전업을 하면 단순히 카메라만 업데이트 하는 것이 아니라, 출력 데이터까지 업그레이드 해 원본에 충실하게 이미징 작업을 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이미지를 보관하는 클라우드 형식의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 카메라에서 출력·보관·작업까지 이어지는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이 새로 나오고 있다.
과거 각각 프린터, 카메라에 머물렀던 솔루션을 연계해 더 다양한 영역에서 고객 편의성을 높이는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과 엔데믹에 접어들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 캐논코리아는 어떻게 변화에 대응했나.
▲크게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사무기 영역은 코로나19 시대에 들어 재택근무, 원격근무라는 새로운 근무 형태가 큰 영향을 미쳤다. 가정에서 쓰이는 복합기나 툴도 사무실과 비슷한 수준의 환경을 구축해야 했다. 출력, 스캔, 복사 많은 부분에서 가정용 복합기 수요가 컸다. 지난 10월 한국능률협회컨설팅(KMAC) 주관 '2022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에서 사무용·가정용 복합기 분야 1위를 차지했다. 두 분야에서 동시에 1위를 달성한 것은 캐논코리아가 처음이다.
엔데믹에 접어들면서는 카메라 시장이 활기를 띠었다. 소비자가 외부로 나갈 수 있는 여건이 됐다. 최근 풀프레임 미러리스 카메라가 대세를 이루면서 주춤했던 카메라 시장이 기지개를 펴고 있다. 캐논코리아도 이런 추세에 발맞춰 신제품을 내놨다. 19년째 부동의 1위를 지켜오고 있는데 올해도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경제 위기, 고금리·고물가·고환율 등 복합위기가 도래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내년 경영 환경은 어떻게 전망하나.
▲캐논코리아는 어떤 상황에도 안정적일 수 있는 좋은 'DNA'를 가지고 있다. 과거 외환 위기, 리먼브러더스 사태, 코로나19 상황에도 꾸준히 매출이 성장했다. 사무기기나 카메라 시장이 포화된 것은 맞지만 그 속에서도 꾸준히 새로운 비즈니스 영역을 발굴했다. 사무기기 영역에서 페이퍼리스 환경이 트렌드가 될 때 우리는 새로운 솔루션 분야를 강화했다. 종이 사용량이 줄어도 꾸준히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렌털 위주의 판매 구조도 안정적인 경영을 이어가는 원동력이다. 80% 가까이 렌털로 판매하다 보니 초기 틀만 잘 닦으면 안정적인 성과를 보장할 수 있다. 렌털이 전자, 가전 등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으며 렌털로 3~4년 사용 후 신제품으로 교체하는 등 수요도 크다.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이 화두로 떠올랐다. 캐논코리아의 ESG 경영 방향성에 대해 설명해달라.
▲가장 대표적으로 장애인 표준 사업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정부에서 고시하는 장애인 고용률이 3%인데 우리 회사는 10%에 이른다. 안산 공장에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은 콜센터에 근무하고, 청각 장애가 있는 사람은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는 등 상황에 맞게 고용하고 근무 환경을 지원하고 있다. 나라에서 지정한 장애인 고용 우수 업체이자, 장애인공단에서 수십명이 방문해 사례로 참고할 만큼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고용 창출 측면도 강조하고 싶다. 한국에 사무기기 공장을 운영하며 직접 생산한다. 전국 500개 파트너사들이 있고, 가정용 복사기 총판은 30곳 정도다. 카메라 총판 대리점도 30군데가량이고, 협력업체 공장도 50여곳에 달한다. 국내에서 2만여명 고용을 창출하며 전 세계로 수출하는 '한국기업'이다. 로봇, 스마트팩토리를 지속 강화하면서 경쟁력을 쌓고 있다.
올해 수출액은 2874억원으로 전망한다. 1989년부터 올해 전망치까지 누적액은 5조3029억원가량이다. 2000년 무역의 날 5000만불 수출탑을 시작으로 1억불, 2억불, 3억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엔지니어 출신 CEO라는 점에서 가지고 있는 경영 철학이나 원칙이 있다면.
▲캐논은 모든 사업부장 80%가 엔지니어 출신이다. 우리는 기술회사이기 때문이다. 기술을 바탕으로 경영 수업을 받는 것이 캐논의 프로세스다. 그렇다고 기술 측면만 강조하지 않는다. 나는 연구소부터 마케팅, 영업을 직접 다 겪어 모든 영역을 두루 알고 있다.
CEO로서는 최근 직원들에게 '권위는 내려놓겠다. 품위는 지키겠다'고 했다. 직원들과 허심탄회하게 기술과 영업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장이 아닌 동료로서 지내는 것이 중요하다. 취임 후 회사 내 26개팀 모두와 한번씩 점심 식사를 같이 했다. 일하는 환경, 애로사항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복지, 봉급 등에 대해 편안하게 얘기하더라. 내년에는 대리, 과장 등 직급별로 소통하는 시간을 마련하고자 한다.
-'원 캐논'이 비단 사업뿐 아니라 직원과도 한 팀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철학으로 느껴진다.
▲현장 요구를 파악해야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마케팅에 몸담은 6년간 한 달에 일주일씩은 유통 현장으로 나갔다. 전국 600개 대리점을 거의 다 방문했다.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직원들이 상품 개발에 참여하고, 상품화 이후 매출이 발생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식도 고민 중이다.
도큐먼트 스탬프가 그 예다. 법원에서 한장 한장 모든 종이에 도장으로 넘버링 작업을 하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자동화기기를 만들었다. 샘플을 가지고 중앙지법에 갔더니 45분 만에 2만여페이지 스탬핑이 끝났다. 올해 빅 히트 상품 중 하나다. 고객 수요를 파악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빛을 낸 것이다. 국내에서 개발해 생산했지만 최근 일본에도 소개하고, 싱가포르에서도 관심을 보였다. 영문 버전을 만들어 시연할 예정이다.
◇박정우 캐논코리아 대표
1968년생으로 중앙대 지식경영학 석사 과정을 졸업했다. 1993년 롯데캐논 생산기술과에 입사하며 캐논에 발을 들였다. 2011년 캐논코리아 비즈니스 솔루션 기술연구소 부소장으로 업무를 시작해 2013년부터 마케팅부문장으로 근무했다. 2014년 사무기사업부문장을 거쳐 2017년 다시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한 후 2019년 BS 영업부문장으로 영업 업무를 시작했다. 이후 2020년 영업본부장을 거쳐 개발생산본부장을 지낸 후 지난 9월 캐논코리아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정리=정다은기자 dandan@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