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남미부터 중동까지 e커머스 진출 러시

미국 메디큐브 자사몰 홈페이지 메인 화면
미국 메디큐브 자사몰 홈페이지 메인 화면

화장품 업계의 수출국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날 오프라인 매장 입점을 통해 해외 시장에 나섰다면 최근엔 e커머스로 손쉽게 공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일부 국가에 한정된 진출국이 북미·남미, 중동 등 다양한 국가로 확장되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K-뷰티 신흥 강자들이 블랙프라이데이(블프) 기간에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에이피알은 지난달 25~30일 진행된 블프 기간에 미국 자사몰을 통한 뷰티 브랜드 '메디큐브' 매출이 약 230만달러(약 30억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배 이상 성장한 수치다. 메디큐브의 11월 1개월 동안의 미국 매출은 410만달러(55억원) 규모다. 또 일본 라쿠텐과 큐텐에 입점한 메디큐브는 이달 첫째 주까지 누적 매출 300억원을 넘어섰다. 에이피알은 해외 매출 성장세를 타고 이달 초부터 브라질로 진출 영역을 넓혔다.

회사 측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중심으로 현지 인플루언서를 직접 섭외하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전개한 전략이 주효한 것으로 분석했다. 신재하 에이피알 자금관리이사(CFO)는 “팬데믹으로 어려운 시기에 더욱 적극적으로 전개한 해외 투자가 성공의 열매로 돌아오고 있다”면서 “홈뷰티 디바이스와 코스메틱 제품이 시너지를 내며 뷰티 강국들에게서 인정받는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글로벌 뷰티테크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블프와 사이버먼데이 기간에 아마존에서 K-뷰티 입점 브랜드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비건 화장품 브랜드 '어뮤즈'는 올해 아마존에 처음 입점했지만 7월 아마존 연례 할인행사 때보다 블프 매출이 146% 늘었다. 한방 성분 브랜드 '조선미녀'의 경우 블프 매출은 기존 일 평균 매출보다 15배 이상 많았다. 달바 역시 아마존 블프 첫날 매출이 일 평균 매출 대비 846% 급증했다.

할랄 인증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중동 시장도 최근 K-뷰티 업체가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방식 업체인 코스맥스에 이어 한국콜마도 중동 시장에 진출했다. 한국콜마는 지난 9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수출입 비즈니스 컨설팅 기관 UAE BPC와 자체 브랜드(PB) 화장품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콜마는 UAE BPC에서 운영하는 자체 브랜드숍의 PB 화장품을 개발·생산, 중동 전 지역에 유통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세종공장과 부천공장에 할랄 보증 시스템을 구축했다.

코스맥스는 중동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이미 2016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공장에 세계 3대 할랄 인증을 모두 받았다. 코스맥스인도네시아는 할랄 인증을 기반으로 인도네시아 현지와 베트남, 중동 등으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박은정 하나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기업들은 중국 화장품 시장의 잠재력을 여전히 확신하며 올해 초 상하이 봉쇄 이후에도 강력한 마케팅 활동을 펼쳤지만 동일한 시장에서 영업했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3분기 실적에서 차이가 났다”면서 “이제는 2014년 이후 K-뷰티의 성장을 견인한 중국 모멘텀과 결별하고 미국, 일본 등에서 대안처 모색이 절실해진 시점이 됐다”고 분석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