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 융합 공학에서의 전자파

윤익재 충남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집행이사
윤익재 충남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집행이사

바야흐로 에너지 시대다. 각국은 그동안 주된 에너지 자원으로 인식돼 오던 석탄 자원의 사용을 줄이고 있으며, 대한민국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연 8000만대 이상 판매되는 자동차 시장은 유수 완성차 기업 및 국가 정책 차원에서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2014년에 시작된 RE100 캠페인에는 나이키·구글과 같은 세계적 기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현대·SK 등 국내 기업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에너지는 이 같은 성분 생성 과정뿐만 아니라 전송·공유 차원에서의 이슈도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으로의 가스관을 잠그겠다는 러시아의 엄포는 현실이 됐고, 원자력발전을 통해 에너지를 수출해 오던 프랑스는 최근 가뭄과 원전 노후화로 말미암아 원전 가동을 줄일 수밖에 없었다. 이는 결국 주변국의 에너지 위기를 불러일으켰으며, 덴마크는 전기료가 2배 이상 높아졌다고 한다.

에너지·전력을 다루는 학문이라 하면 많은 사람이 전기전자공학을 떠올릴 것이다. 필자는 방대한 전기전자공학 연구 성과 가운데 많은 부분이 신호와 전력을 한 지점에서 다른 지점으로 어떻게 원하는 형태로, 효율적으로 전송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제한된 전력을 최소한의 손실로 전달할 수 있어야 기기 효율을 높일 수 있고, 원하는 형태로 신호 변·복조를 해야 통신이 가능하며, 목표물에 대한 정확한 타기팅 없이는 레이더를 통한 탐지가 어렵다. 어떻게 하면 에너지를 전달하지 않을까에 대한 고민 또한 있다. 초고속 전자회로, 고성능 모터 시스템 등에서 발생하는 원치 않는 누설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전자기적합성(EMC) 문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이와 같은 에너지 흐름에 대한 규칙과 한계를 규정하는 물리 법칙을 제공하는 학문이 전자기학이다. 많은 기대와 주목을 받는 무선전력전송, 스마트더스트(Smartdust), 지능형 반사 표면(RIS), 저궤도 위성 통신 기술의 기반을 이루는 것 또한 전자파(Electromagnetic wave)라는 점에서 가우스·암페어·패러데이의 실험적 발견 간 연관성을 놓치지 않고 수학적으로 정리해 낸 19세기 제임스 클라크 맥스웰의 업적은 가히 인류의 축복이라 할 만하다. 그리고 이제 전자파를 다시 한번 우리 입맛에 맞게 다루기 위해서는 3D프린팅(3DP), 인공지능(AI), 액정 등 최첨단 요소 기술과의 융합을 위한 상호 간 노력을 간과할 수 없다.

3DP 기술을 예로 들어보자. 2004년 FDM 방식에 대한 소스코드가 공개된 후 개인맞춤형 문화, 저가 및 경량 생산의 산업 트렌드와 함께 폭발적 성장을 해 온 3DP 기술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기도(airway) 장애가 있는 아이가 성장함에 따라 함께 커지고 그 효용이 다한 후에는 녹아 없어지는 기도 부목을 사용한 수술 사례가 있고, 대량 생산이 필요하지 않은 차체 부품을 손쉽게 만들어 내기도 한다. 전자파 영역에서도 3DP 기술을 활용하여 그동안 구현하기 어려웠으나 새로운 형상의 안테나·인덕터·커패시터 등을 구현하고 기존 부품을 값싸고 가볍게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하고 있다.

다만 3DP 기술이 특정 분야만 염두에 두고 개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도전율이나 프린팅 해상도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때 사용자가 원하는 수준까지 기술이 발전되기만을 기다리지 않고 본인의 설계, 제작 방식의 작은 변화를 통해 해당 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RF 소자 제작 시 전통적인 설계 방법을 고수하기보다 현존 3DP 기술 수준에 맞춰 설계 방식을 변경하고 있는 미국 업체 옵티시스(Optisys)가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액상 채널의 물리적 이동이나 액정의 외부 전계 인가를 통한 재구성 안테나 설계에 대한 활발한 논의도 재구성 속도라는 측면에서 도전을 맞고 있는데, 적용 분야의 개척이나 다른 부분에서의 성능 개선 등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마찬가지로 경이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AI 기술을 통해 특정 분야에서 전자파가 디지털 트윈 구현의 한 축을 담당하도록 할 수도 있다.

나날이 올라가고 있는 소프트웨어에 대한 기대치로 말미암아 하드웨어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시점이다. 다만 이론적으로 예측한 통신 성능도 하드웨어 없이는 구현되지 않듯 공학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전자파가 융합되고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찾아야 한다. 세상만사가 wave이지 않은가.

윤익재 충남대 교수·한국전자파학회 집행이사 ijyoon@c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