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손 퇴각하며 지뢰밭 표지판 바꾼 러軍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건물. 우크라이나 국방부.
폭격으로 불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건물. 우크라이나 국방부.

러시아가 지난달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에서 퇴각하는 가운데, 해당 지역의 안전 표지판을 바꿔놓는 등 함정을 설치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은 러시아 군이 헤르손에서 철수한 지 한달 가까이 됐으나 그들이 퇴각 당시 설치한 함정으로 주민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러군은 헤르손 빈 가정집 세탁기의 세제통에 수류탄을 고정시키거나, 행인들을 지뢰밭으로 안내하는 도로 표지판을 일부러 세웠다. 세탁기를 사용하기 위해 세제통을 열면 폭발하고, ‘전방에 지뢰가 있다’고 쓰인 도로 표지판을 피해가면, 되레 지뢰밭이 등장하게 만든 것이다. 이 함정에 우크라이나 군인과 경찰 수 명이 사망했다.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투입되는 탐지견과 우크라이나 군인.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지뢰를 제거하기 위해 투입되는 탐지견과 우크라이나 군인.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지뢰 제거반 소속 우크라이나 군인은 AP와의 인터뷰에서 “한 달 동안 지뢰 몇 톤을 발견해 제거했다”며 지뢰가 약 4제곱마일(약 1036만㎡, 313만평)에 걸쳐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이 팀은 또한 빈 집도 수색하며 폭발물을 제거하고 있다.

또, 러군이 드니프로 강 건너에 새로 구축한 진지에서 계속해서 포격을 가하고 있다고 현지 당국은 밝혔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이래로 주민의 80%가 지역을 떠났지만 6만 7000여 명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폭격으로 한 달간 헤르손에서는 어린이를 포함한 41명이 사망하고 96명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옮겨졌다.

한편, 우크라이나 역시 반격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러시아가 전쟁 이후 점령한 루한스크, 도네츠크, 자포리자 등과 2014년 강제 병합한 크림반도에 집중 공격을 가해 상당한 피해를 입혔다.

이 중에는 ‘푸틴의 살인병기’로 불리는 러시아 민간 용병조직 와그너 그룹의 본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에는 와그너 그룹이 사용한 호텔이 무너진 모습이 공유됐지만 러시아 국방부는 이와 관련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우크라이나는 ‘침략군’을 소탕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민간인 피해가 크다며 서로를 질타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