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서지원씨(화학전공 4년)가 지도교수인 최준호 화학과 교수와 함께 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 지원을 받아 '혼합물에서 분자들의 분포에 관한 계산 화학적 연구'를 수행, 그 결과를 물리화학 분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등재 국제학술지 '분자 액체 저널'에 게재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씨는 2022학년도 2학기 동안 연구과목인 학사논문 연구를 수강, 화학과의 학부생 연구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관련 연구를 진행했다.
서씨와 최 교수는 소금, 설탕과 같은 물질이 물에 녹을 때 변화하는 용액의 특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최근 분자 동역학 모사와 그래프 이론을 도입하여 용질 분자들의 응집 현상에 대한 새로운 가설을 제시했다.
어떠한 물질이 물에 녹았을 때 물과 잘 섞이는지(혼합성), 혼합물 속 분자들은 어떤 구조로 분포하는지 등을 설명하려는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액체 상태의 구조 결정에 대한 실험이 어렵고 분자들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때문에 용해도, 상 분리, 끓는점과 같은 기본적인 현상조차도 이해하기 쉽지 않다. 녹아 있는 다양한 물질의 전체적인 분포를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연구팀은 다양한 농도와 온도에서 메탄올·다이클로로메테인·부탄올 등 세 가지 혼합물에 대해 분자 동역학 모사를 수행하고 'h value'라는 측정법을 도입해 분자들의 공간적 불균일성을 측정했다. 그래프 이론 분석도 적용해 서로 다른 혼합성을 가진 혼합물을 정량적으로 검사했다.
메탄올은 온도와 농도와 관계없이 물에 잘 섞이고, 다이클로로메테인은 온도와 농도에 관계없이 물과 분리되며, 부탄올은 농도와 온도에 따라 섞이는 정도가 달라진다. 연구팀은 이러한 혼합성 차이가 분자들의 응집 형태와 관련이 있으며, h value 계산을 통해 응집 형태가 분자들의 공간적 분포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세 가지 물질에서의 분자들의 공간적 분포는 뚜렷하게 구분된다. 즉, 물과 잘 섞이는 메탄올 용액은 0에 가까운 h-value를 가지는 반면, 물과 섞이지 않는 다이클로로메테인 혼합물은 0.7의 상대적으로 큰 값을 보인다.
이번 연구는 새로운 측정 방법을 도입해 분자들의 공간적 분포를 수치화해 설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기초과학 분야의 난제로 여겨왔던 이온과 삼투 물질이 물의 수소 결합구조와 용액의 특성에 미치는 영향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용질의 응집 구조와 혼합도에 대한 정량적 분석 연구는 용액의 물리 화학적 특성, 세포 내 단백질의 액체-액체 상 분리와 같은 현상의 메커니즘 규명을 넘어 특정 물질의 추출, 단백질의 용해도와 안정성 증가, 의약 후보 물질의 용해도 증가와 같은 산업적 측면에서의 다양한 응용을 가져올 수 있다.
서지원 씨는 “이번 연구를 통해 서로 다른 혼합성을 가진 물질이 물에 녹아있을 때 분자들의 공간적 분포를 정량적으로 설명할 수 있었으며, 수용액 내에서 분자들의 응집 거동과 공간적 분포 사이의 관계를 확립했다”며 “향후 삼투 물질, 단백질 등 다양한 분자들이 물에 녹아있을 때 물의 구조와 분자의 분포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로 확장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