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앞둔 롯데…건설發 연쇄이동 가능성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사장단 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롯데그룹이 15일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로 인사 전반을 재검토하면서 인사 시기가 예년보다 보름가량 미뤄졌다.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을 이끌던 박현철 사장이 롯데건설 소방수로 긴급 투입되면서 계열사 대표급의 연쇄 이동 가능성도 점쳐진다. 마트와 슈퍼사업부를 하나로 통합하는 조직개편에도 힘이 실린다.

재계에 따르면 롯데지주는 15일 이사회 열고 정기 임원인사를 확정 예정이다. 현재 그룹 임원인사위원회에서 최종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 지주 이사회 일정에 맞춰 각 계열사도 임원인사를 단행한다. 롯데는 이날 인사를 위해 이번주로 예정됐던 사업군별 내년도 경영 전략 발표도 다음주로 미뤘다.

이번 인사는 장고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의중에 이목이 쏠린다. 인사 평가는 예년보다 빨랐지만 인사 시기가 늦어지면서 규모와 방향에 대한 다양한 추측이 제기된다. 당초 글로벌 복합위기를 감안해 안정에 방점을 둔 소폭 인사가 예상됐지만 건설발 자금 위기설과 경영 불확실성을 타개하기 위한 중폭 쇄신에 무게를 싣는 관측도 나온다.

주요 관심사는 박현철 사장이 떠난 뒤 공석이 된 롯데지주 경영개선실장 자리다. 경영개선실은 그룹 계열사에 대한 감사와 경영 진단 등 업무 시스템 개선을 담당하는 그룹 요직이다. 내부에서는 롯데GRS 대표인 차우철 전무와 유통HQ 인사혁신본부장인 김홍철 전무를 유력 후보로 꼽는다. 두 사람 모두 그룹 감사통 평가를 받는 인사다. 차우철 대표는 경영개선팀을 거친 경험도 있다. 지주 실장은 부사장·사장급 인사가 맡는 자리인 점을 감안할 때 차 대표가 승진 내정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계열사 빈자리에 따라 중폭 이상의 연쇄적 인사 이동이 불가피하다.

경영개선실장 자리에 재무통을 중용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그룹 유동성 위기를 잠재우고 계열사 전반의 재무 상태를 면밀히 파악할 필요가 있어서다. 일각에선 롯데지주 재무와 인사 조직에서 내부 승진 가능성도 점친다.

그룹 계열사는 올해는 작년만큼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신 회장이 인사를 놓고 장고를 거듭하면서 깜짝 발탁 가능성도 있다.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계열사 대표 중에 황영근 롯데하이마트 대표와 나영호 롯데e커머스사업부 대표, 이갑 롯데면세점 대표 등이 실적 부진을 이유로 대표 교체설이 거론되고 있다.

특히 조직 개편을 통해 롯데마트가 롯데슈퍼 조직을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따라 강성현 롯데쇼핑 마트사업부 대표가 e커머스사업부 대표로 이동하고 남창희 슈퍼사업부 대표가 롯데마트를 맡는 연쇄 이동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완신 롯데홈쇼핑 대표는 블랙아웃 사태로 인한 불안한 기류에도 불구하고 행정소송을 통해 프라임타임 제재를 피한 것과 벨리곰 등 콘텐츠 사업 성과를 이끌었다는 점에서 다시 중용 받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전형식 롯데멤버스 대표와 박찬복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도 유임 가능성이 높다.

이와 함께 롯데케미칼 일본지사 미등기 임원으로 이름을 올린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상무가 이번 인사에서 그룹 내 역할이 커질지도 관심사다. 신 상무는 올해 베트남 출장에 동행하는 등 공식 행사에서 신 회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며 존재감을 키웠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