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재무부 가이던스 발표 앞두고 'IRA 총력전'

IRA 발표 직후 한국차 차별 해소 촉구
정부와 기업 원 팀으로 협력

미국 재무부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관련 가이던스를 이달 말까지 수립할 계획인 가운데 정부가 우리 입장을 반영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1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지난주 안덕근 통상교섭본부장과 윤관석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을 비롯한 정부와 국회 합동 대표단이 워싱턴DC를 방문해 IRA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어 11일 이도훈 외교부 2차관도 한미 고위급 경제협의회(SED)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민관합동 간담회 모습.
지난달 29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대회의실에서 열린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민관합동 간담회 모습.

미국 재무부는 8월 발효된 IRA 세부 규정을 명확히 하기 위한 가이던스를 수립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발표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11월 초와 12월 초 두 차례에 걸쳐 각 부문 이해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쳤다.

정부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항목의 법 개정을 위해 미국 정부와 의회를 대상으로 설득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재무부 가이던스를 통해 한국 기업이 최대한 인센티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투트랙 전략을 펼치고 있다.

◇IRA 발표 직후부터 전방위 대응

정부는 8월 IRA가 발표 즉시 모든 채널을 가동해 선제적으로 미국 정부에 법 개정과 행정조치를 요구했다. 미국 상무부 면담은 물론 미국무역대표부(USRT)에 서한을 보내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 혜택 대상국에 포함되도록 요청했다. 법안 발효 직후부터는 국내 경제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검토하고 미국 정관계 설득에 나섰다.

9월 초 정부는 미국 정부와 한미정부협상단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같은 달 16일부터 한미 정부 협상단 실무협의체를 가동했다. 11월 4일 미국과의 첫 협의를 시작한 EU보다 빠른 행보다.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산업부 장관, 통상교섭본부장, 외교부 장관 등이 직접 미국 바이든 대통령, 해리스 부통령, 미국 행정부 관료들과 의원들을 만나 한국차에 대한 차별적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는 한국의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회도 적극 나섰다. 8월 말 미국을 방문한 여야 국회의원단이 한국의 우려를 전달했고, 9월 1일 국회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에 기반한 미국의 한국산 전기차 세제 지원 촉구 결의안'을 초당적으로 가결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 대응에 미국 언론도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은 10월 초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기업들도 정부의 국내 기업 입장 반영 노력에 감사의 뜻을 나타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지난달 29일 열린 IRA 대응 민관 합동 간담회에서 “IRA 발표 이후 정부에서 미국 행정부와 의회 설득에 발 벗고 뛰었다”며 “다른 나라보다 가장 먼저 적극적으로 미국 측에 문제를 제기하고 동맹국과의 공조를 끌어내고 있는 것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물론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이 원 팀으로 힘을 합치며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도 끌어냈다. 라파엘 워녹 조지아주 민주당 상원의원은 9월 말 IRA의 친환경차 보조금 지급 관련 조항 적용을 3년 유예하도록 하는 '미국을 위한 합리적인 전기차 법안'을 발의했다. 이어 지난달 민주당 소속 앨라배마주 테리 스웰 하원의원을 중심으로 같은 내용의 법안이 하원에서도 발의됐다.

현대차그룹 조지아 전기차 전용 신공장 조감도.
현대차그룹 조지아 전기차 전용 신공장 조감도.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우리 입장 반영 노력

정부는 미국 재무부 가이던스에 한국 기업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의견을 반영시키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관련 업계 간담회, 통상 전문가와 법조계 자문 등 폭넓은 의견 수렴을 거쳐 친환경차 세액공제 이행에 3년의 유예기간 부여, 상업용 친환경차 범위 확대, 배터리 요건 구체화 등 법안의 세세한 부분까지 담은 의견서를 두 차례에 걸쳐 제출했다.

특히 미국 내 생산 조건이 적용되지 않는 '상업용 친환경차 세액공제'를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상업용 친환경차'의 범위를 확대하고, 집중적인 세액공제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했다.

미국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 한국 측 입장을 강하게 피력했다. 미국 의회에는 '친환경 자동차 세액공제'의 3년 유예 내용을 담은 IRA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적극 제기하고, 미국 행정부에는 한국이 제시한 의견을 재무부 가이던스에 최대한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다.

미국 내에서도 한국 정부의 '상업용 친환경차' 관련 요구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지난 6일 “많은 자동차 회사와 한국 정부가 의회에서 승인한 기후 법안에 대한 우려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소비자들의 EV 구매를 촉진하기 위한 방안”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에 상업용 전기 자동차 세금 공제를 적용할 것을 촉구했다”고 보도했다.

업계 관계자는 “상·하원을 통과해 발효한 법안을 개정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는 만큼,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미국 정부와 의회를 설득해야 성과를 거둘 수 있다”며 “지금은 재무부의 가이던스에 집중해 한국 기업들이 최대한의 혜택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