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차기 CEO, 경선으로 결정

구현모 '연임 적격' 판정에도
복수 후보로 심사 요청 자처
소유분산기업 책임 강화 의지

KT 차기 CEO, 경선으로 결정

KT가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 경선을 진행한다.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승인했지만 구 대표가 정당성 확보를 위해 경선을 자처한 데 따른 결정이다. 경선이 기정 사실화되면서 KT 차기 대표 선임 레이스가 달아오를 전망이다.

KT 이사회는 13일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원회로부터 구현모 대표 연임이 적격하다는 심사 결과를 보고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사회는 “구현모 대표는 주요 주주가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우려를 고려해 복수 후보의 심사 가능성을 검토 요청했고 심도 있는 논의 끝에 추가 심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즉 이사회가 차기 CEO선임을 위한 대표이사 후보 심사위를 자체 구성해 구 대표 연임을 승인했지만 구 대표가 이를 사실상 반려하고 자발적으로 경선을 요청한 것이다. 구 대표 결정은 KT 차기 CEO 선임을 위한 이사회 과정에서 정부와 관계 설정 문제가 이슈되자 확실한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KT 이사회는 구 대표 연임 1차 논의 과정에서 현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에 의견서를 요청했다. 국민연금은 김태현 이사장의 기자회견에서 입장대로, 소유분산기업이 CEO를 중심으로 지배구조를 고착화하고 현직자 우선심사 등 차별 문제에 대해 우려하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려에 따라 구 대표는 차기 CEO 선임 과정의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스스로 경선을 자처한 것이다. 최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설득하지 않고서는 이사회가 연임을 승인하더라도 주주총회에서 차기 CEO로 승인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KT 이사회는 정관상 대표이사 선임 절차(제33조)에 의거해 지배구조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해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자군을 조사·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헤드헌터 추천, 원서 접수 등을 통해 차기 대표 후보군 조성이 완료되면,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재가동해 복수 후보를 대상으로 차기 CEO를 확정하는 일정이다. KT 이사회는 경영 공백 등을 우려해 가급적 12월 이내에 모든 과정을 마치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구 대표가 경선을 자처함에 따라, KT 차기 CEO를 둘러싼 경선 레이스가 달아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구 대표는 1차적으로 이사회 연임승인을 받으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가운데, KT 전현직 임원,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