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버추얼 휴먼이 온라인에서 소비되는 다수 콘텐츠에 등장하며 주목 받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는 글로벌 버추얼 휴먼 시장 규모를 2020년 100억달러(약 12조7500억원)에서 2030년 5275억8000만달러(700조원)로 10년 동안 약 53배 급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2030년 시장 규모 700조, 마케팅 '키 팩터'로
지난달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전방위 브랜드 마케팅을 소개하며 버추얼 휴먼의 영향력이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버추얼 휴먼을 통한 마케팅 프로젝트의 큰 장점으로 프로젝트 구상 단계부터 완료 시점까지 절대적인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고, 24시간 동안 끊김 없이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는 점을 들었다. 이어 인플루언서 마케팅 팩토리 설문 조사 결과를 인용하며 응답자의 58%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를 팔로한 적이 있고 응답자의 35%는 해당 제품을 구입한 경험이 있으며, 특히 MZ세대로 불리는 18~44세 소비자에게 더 큰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일방적인 소통에서 벗어나 온라인 공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고객과 직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것이 규모와 관계없이 기업과 서비스 간 필수 조건이 된 상황에서 고객을 접하는 주체가 반드시 실제 '사람'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버추얼 휴먼은 기업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그 무엇보다 친숙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국내에도 버추얼 휴먼이 이미 친숙하게 사용자와의 접점을 만들어 가고 있다. TV 광고 영상, 서비스 프로모션을 위한 모델은 물론 최근에는 버추얼 휴먼만으로 구성된 K-팝 아이돌 그룹도 등장했다. 버추얼 휴먼 역할로 목소리를 제공하면서 정작 자신의 얼굴을 알릴 기회는 없음에도 해당 역할을 위한 지원자가 줄을 잇고 있다고 한다. 기업 역시 빠르게 해당 시장에 뛰어드는 추세다. 버추얼 휴먼 제작을 위한 스튜디오를 구축하고 해당 기술 투자를 강화하는 한편 다양한 스타트업도 우후죽순 나타나고 있다.
◇AI 버추얼 휴먼, 신규 산업으로 육성해야
버추얼 휴먼 사업의 중요도가 더욱 높아지는 것은 기술 발전을 통해 새로운 버추얼 휴먼 생성에 필요한 기술 자원이 점차 줄어들고 보편화할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실제로 '진짜 사람 같은' 버추얼 휴먼의 외모를 구현하는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2D 이미지의 경우 기존에 존재하는 이미지를 기반으로 머신러닝을 통해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가는 GAN(Generative adversarial network) 등의 모델을 활용하면 다양한 표정이나 말할 때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담아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상황을 설명하면 AI가 바로 그림을 생성하는 텍스트 투 이미지(Text-to-image)는 물론 텍스트와 참고 이미지만을 입력하면 비디오가 직접 생성되는 기술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3D 기반 버추얼 휴먼 기술 발전 역시 나날이 거듭되고 있다. 가장 보편화된 기술은 3D 모델링 및 모션캡처를 통한 것이다. 특히 높은 품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고가의 장비가 필요하고, 마커를 부착하거나 슈트를 착용하는 식의 번거로운 작업을 거쳐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보완하는 기술로 최근 영상인식(Computer Vision) 기반의 얼굴 및 몸을 자동 생성하는 기술을 통해 2D 이미지만으로 3D 버추얼 휴먼을 자동으로 생성해 내는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대비 제작비용과 시간이 획기적으로 단축,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버추얼 휴먼의 '브레인', 즉 두뇌를 담당할 기술 진화 역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초거대 AI 기반 자연어 처리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OpenAI의 ChatGPT와 같이 인간과 대화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의 대화가 가능한 AI 기술이 등장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어 처리 모델과 감정까지 담아내는 음성 합성 기술이 합쳐지면 조만간 사용자와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한 버추얼 휴먼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발전 가능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테크 기업은 버추얼 휴먼을 만들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버추얼 휴먼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누구나 쉽고 편리하게 버추얼 휴먼을 만들어서 자신의 비즈니스를 프로모션하고, 직접 창작한 콘텐츠를 전달하는 페르소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앞으로 시장이 더욱 커지고 기술 발전이 예상된다는 것은 거꾸로 보면 시장이 성숙하지 않았고, 기술 완성도 역시 부족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버추얼 휴먼은 지금까지 접할 수 있는 AI 기술이 모두 융합된 형태이고, 요소가 되는 AI 기술 역시 계속 발전 단계에 있기 때문이다. 700조원 또는 그 이상 규모로 커 나갈 글로벌 버추얼 휴먼 시장은 이제 막 발을 뗀 수준이다. 지금 당장 성과를 보고 미래 가능성까지 부정하는 어리석음을 저질러서는 안 된다.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발돋움할 시장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꾸준한 투자와 인재 양성이 필요할 것이다. 전진수 슈퍼랩스 대표 jinsoo.jeon@superlabs.us
<표>2D vs 3D 기반 버츄얼 휴먼의 장점과 한계
▲전진수 슈퍼랩스 대표는
삼성전자에서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 12년 동안 미주·인도·유럽향 플래그십 모델의 소프트웨어 개발 및 상품화를 주도했다. 이후 SK텔레콤에 합류해 10년 동안 AR·VR·광학·홀로그램 등 실감 미디어 기술 개발을 이끌며 국내 Oculus VR 정식 발매, Microsoft Mixed Reality Studio 아시아 최초 도입, Microsoft XBOX Cloud Game 상용화 등 실감 미디어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이후 메타버스 서비스 이프랜드(ifland)를 성공적으로 선보였다. 올해 4월 네이버 자회사 스노우(SNOW) 산하에 슈퍼랩스를 설립, 버추얼휴먼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슈퍼랩스의 첫 번째 버추얼휴먼 '모아'를 제작, 네이버쇼핑의 '패션타운' 프로모션 영상에 성공적으로 등장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