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무한 청정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핵융합 발전, 이른바 ‘인공태양’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이정표에 도달했다.
AP, 로이터 통신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LNL)에 있는 핵융합 연구 시설 ‘국립점화시설’(NIF)의 연구팀이 지난 5일 핵융합 ‘점화’(ignition)를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두 개 이상의 원자가 융합될 때 일어나는 반응인 핵융합으로부터 깨끗하고 무한한 에너지를 얻기 위해 미국은 물론 여러 나라에 핵융합 발전에 천문학적인 연구비를 쏟아왔다.
특히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 투입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점화'는 핵융합 발전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로 평가받았다. 이에 성공 시 향후 에너지의 추가 투입 없이도 핵 융합 반응이 지속적해서 연쇄적으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점화에서 가장 먼저 성과를 거뒀다. NIF 연구팀은 지난 5일 실험에서 2.05메가줄(MJ)의 에너지를 투입해 3.15MJ의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다. 투입 에너지 대비 150% 수준의 순 에너지를 생산한 성과다.
NIF에서는 중수소와 삼중수소가 들어 있는 BB탄 크기의 금속 캡슐에 강력한 레이저를 쏴 내부를 초고압 초고온 상태로 만들어 핵융합을 일으키는 ‘관성 가둠 핵융합’(Inertia Confinement Fusion) 방식을 연구해왔다.
다만, 이번 성과가 안정적인 핵융합 발전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앞으로도 넘어야할 산이 많다.
NIF가 핵융합을 일으키는 데 사용한 레이저 장비는 레이저를 만드는 데 사용한 에너지의 극히 일부만 실제 레이저로 전환하는 등 상업용 발전소에서 이용하기에는 너무 크고 비싸고 비효율적이다.
또 핵융합 발전을 하려면 처음에 에너지를 공급한 뒤로는 자체적으로 핵융합 반응이 연쇄적으로 일어나야 하는데 현재 NIF 시설은 한 번에 한 건의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것만 가능하다.
킴벌리 부딜 LLNL 연구소장은 “이번에는 한 번에 하나의 캡슐을 점화했지만, 상업적으로 핵융합 에너지를 생산하려면 1분 이내에 더 많은 점화가 일어나야 한다”며 “기반 기술 연구에 노력과 투자를 집중하면 몇십 년 내에 발전소를 지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핵융합 발전은 태양이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방식과 같아 '인공 태양'이라고도 불린다. 핵융합 발전이 상용화되면 온실가스 등 유해 물질을 배출하지 않는 청정 에너지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꿈의 에너지원'으로 여겨진다.
전자신문인터넷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