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이차전지 핵심광물에 대한 수입 1위국 의존도가 이차전지 주요 경쟁국 가운데 가장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급망 취약은 물론 수입이 미국 외 지역에 집중돼 이달 말 발표되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가이던스(하위 규정)에서 호의적 조치가 없으면 당장 내년부터 업계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5일 발표한 '이차전지 핵심광물 8대 품목의 공급망 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이차전지 제조에 반드시 필요한 광물 8대 품목 중 산화코발트·수산화코발트(83.3%), 황산망간·황산코발트(77.6%), 산화리튬·수산화리튬(81.2%), 탄산리튬(89.3%), 황산니켈(59%) 등 5개 품목에서 특정국 의존도 1위를 차지했다.
핵심광물별 수입 1위국이 차지하는 비중을 평균한 값은 77.1%%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이차전지 시장을 다투는 일본(66.5%), 중국(60%), 독일(51.1%)에 비해 높은 수치다.
한국은 핵심광물 8개 품목 중 탄산리튬(칠레)과 황산니켈(핀란드)을 제외한 6개 품목을 중국에 가장 많이 의존하고 있다. 일본은 5개 품목을 중국으로부터 가장 많이 들여오지만 대중 수입의존도(수입비중)는 한국에 비해 대체적으로 낮았다. 중국·독일은 품목별로 주요 수입국에 큰 차이를 보였다.
한국의 핵심광물별 수입국을 상위 2개국으로 넓혀보면, 수입 쏠림현상이 더 확연해진다. 한국은 핵심광물 8개 품목 모두에서 수입 상위 2개국에 90% 이상을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일본은 5개, 중국은 2개, 독일은 1개 품목만 이에 해당했다.
수입액 기준 한국의 대중 수입의존도는 58.7%로 주요국 중 가장 높았으며, 일본 41%, 독일 14.6% 순으로 뒤를 이었다. 한국이 미국 및 미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으로부터 핵심광물을 수입하는 비중은 평균 15%로 조사됐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미국 IRA 보조금 요건인 40%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보고서는 최근 첨단산업 분야 자국우선주의 심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같은 공급망 위기요인이 가중돼 이차전지 핵심광물의 안정적 수급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IRA 시행, EU의 핵심원자재법 입법 논의 등 저마다 첨단산업과 핵심 자원을 경제안보 이슈로 다루고 있는 상황이 핵심광물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국내 이차전지 산업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핵심광물의 지나친 특정국 의존도가 발목을 잡지 않도록 정부는 외교력을 결집해 공급망 위험을 분산시키고, 기업은 코발트프리 배터리 등 희소자원에 대한 의존도를 원천적으로 낮출 수 있는 기술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