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배경으로 한 '대항해시대' 막이 올랐다. 미국과 러시아, 일본, 중국 등 주요국을 비롯해 우리나라까지 달 탐사를 목표로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든 가운데 최근 관련 성과가 연이어 나오면서 경쟁전은 갈수록 뜨거워진다.
지난 11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유인 달 탐사 프로젝트를 위한 우주선 오리온이 달 궤도 비행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지난달 16일 발사 이후 25일 만으로 오리온은 음속 30배 이상의 시속 4만㎞ 속도로 지구 대기권에 진입, 낙하산을 펴고 해수면에 무사히 안착했다.
이 우주선은 유인 달 탐사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첫 실험으로 우주선 내 실제 우주 비행사 역할을 하는 인체 유사 물질의 마네킹을 태워 비행했으며 우주 방사선과 우주 환경 속 장비 안전성 등을 점검했다. 오리온은 궤도 비행 중 달 표면 약 130㎞ 상공까지 근접하는 데 성공했으며, 비행사 탑승이 가능한 우주선 가운데 현재까지 지구에서 가장 원거리 비행인 43만2000㎞ 지점 도달이라는 기록까지 세웠다. 이로써 미국은 앞으로 인류를 달로 보내기 위한 우주선 성능을 비롯해 각종 시스템 검증을 마치면서 오는 2024년 예정된 아르테미스 2호를 통해 달 궤도 유인 비행 도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한 상태다.
중국은 이러한 미국을 바짝 뒤쫓으며 우주 패권 경쟁 선두 자리를 노리고 있다.
지난달 말 중국은 자체 우주정거장에 첫 교대 우주인을 보내는 데 성공했다. 지난달 29일 중국은 우주 비행사 3명이 탑승한 우주선 선저우 15호를 발사, 6시간 30분 만에 중국이 건설 중인 우주정거장 텐궁에 착륙해 핵심 모듈과 도킹을 무사히 마쳤다. 도착한 우주 비행사들은 텐궁 장기 체류에 관한 검증 임무를 수행할 예정으로 중국은 텐궁 건설 막바지 단계 돌입을 통해 연말까지 우주정거장 구축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우주정거장 외에도 중국은 우주 개발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달 탐사 경쟁을 위해 2007년 10월 중국 최초 달 궤도선 창어 1호 발사 이후 2020년에는 달 시료 채취까지 성공하며 전 세계 주목을 받았다.
일본은 민간 기업 최초로 달 착륙선 발사에 나서며 경쟁국들을 추격하고 있다. 일본 우주기업 아이스페이스는 자체 개발 달 착륙선을 지난 11일 발사했다. 아이스페이스의 달 착륙선은 내년 4월 말 달 표면 착륙을 예정하고 있다. 연료 소모를 줄이기 위해 지구 중력을 이용한 비행궤적인 탄도형 달 전이(BLT) 궤적을 이용함에 따라 항행 기간이 길지만 약 4개월 반에 걸친 항행 이후 달 착륙에 성공하면 일본은 미국과 러시아, 중국에 이어 4번째 달 착륙 성공 국가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달 착륙 성공 이후에는 2024년 달 표면을 주행하는 탐사 차량을 착륙선에 실어 보낼 계획으로 2025년에는 달 표면 화물 운송 서비스 운영을 목표로 세우는 등 주요 국가 우주 개발을 견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첫 달 궤도선 다누리의 달 임무 궤도진입을 앞두면서 경쟁전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5차례에 걸친 궤도진입 기동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다누리는 내년 초 본격적인 과학 임무를 시행하게 되며 우리나라는 달 탐사선 성공 7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지난 6월 발사에 성공한 한국형발사체 누리호 성능을 끌어 올리는 차세대발사체 개발이 본격화된 상태로 이를 통해 2032년 달 착륙선을 실어 보낼 계획이다. 앞선 국가들 대비 늦은 출발에도 불구하고 독자 기술 확보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또한 상당한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앞으로의 행보가 주목된다.
이인희기자 leei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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