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금융 공공기관 신입직원 채용 경쟁률이 반토막이 났다. 올 하반기 일제히 채용을 실시한 KDB산업은행, 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의 채용 경쟁률이 줄줄이 급락했다.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하반기 공채로 115명을 뽑았는데 3416명이 지원해 최종 경쟁률 29.70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작년 91명 채용에 36.89대 1 경쟁률을 기록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떨어진 수준이다. 2019년 최종 경쟁률 60.07대 1에 비해선 절반 이상 경쟁률이 줄었다. 당시 모집 인원이 30명으로 적었다는 걸 감안해도 취업준비생 사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금융 공공기관이 산업은행이라는 점에서 경쟁률 하락은 뼈아픈 대목이다.
수출입은행도 2019년(30명 채용) 경쟁률 74.80대 1에서 올해(35명 채용) 33.23대 1로 절반 이상 뚝 떨어졌다.
국책은행 중 시중은행과 성격이 비슷한 기업은행도 마찬가지다. 올 하반기 160명을 채용했는데 경쟁률은 42.35대 1에 그쳤다. 최근 5년 사이 가장 경쟁률이 높았던 2019년(82.89대 1)과 작년(82.26대 1)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국책은행은 여전히 고연봉을 받고 실적 부담이 덜해 시중은행보다 업무 강도가 덜하다는 장점이 있다. 이들 3개 은행의 직원 평균 연봉은 9789만원(수은)~1억384만원(산은)에 이른다.
그럼에도 국책은행 인기가 예전만 못해진 건 코로나19 발생 이후 민간 금융사가 호황을 누리고 있기 때문이다. 더 높은 연봉에 성과급까지 챙길 수 있는 민간 금융사로 신입직원 쏠림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국책은행 관계자는 “국책은행 취업을 준비하던 구직자들이 대거 시중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으로 눈을 돌렸다”면서 “업무 강도는 세더라도 처우와 근무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좋아지고 있어 민간 금융사 선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성과급을 더하면 국책은행보다 연봉 수준이 높은 금융사도 많고 법무법인, 연구기관 등 대안도 많다”고 부연했다.
구직자 대부분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인데 이들에게 외면받고 있는 건 더 심각한 문제다. 경직된 분위기와 연공서열에 따른 이른바 '꼰대문화'로 가고 싶은 금융 공공기관에서 '오래 일하지 못하는 곳'으로 전락했다는 평가가 많다.
산은은 본점 부산 이전이라는 특수한 상황도 겹쳤다. 현 정부 들어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이슈 등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 올해에만 70여명이 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났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젊은 직원들 사이에선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라며 “사모펀드나 회계법인에서 높은 연봉을 부르면 손쉽게 이직을 선택하는데 고연령자는 희망퇴직을 하고 싶어도 보상액이 민간 금융사에 비해 너무 적어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라 국책은행이 노쇠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표] 국책은행 채용 경쟁률 추이(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표] 국책은행 평균 연봉(자료: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2022년 예산 기준.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