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부가 전개하고 있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대응 활동이 미국 현지에서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1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IRA 대응을 하고 있는 미국 수입자동차협회와 각국 대사관은 물론 언론까지 한국의 선제 대응에 주목했다.
제니퍼 사파비앙 미국 수입자동차협회 대표는 “한국 정부가 IRA 이슈에 매우 빠르게 대응했다. 한국 정부는 즉시 문제를 부각하고, 법 개정 필요성 등 대안을 적극 제시했다”면서 “한국의 이 같은 소통이 협회와 회원사에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IRA 발효 전후 유럽연합(EU) 등 다른 국가보다 빠른 대응에 나섰다. 법 발효 후 한 달도 되기 전인 9월 7일 미국 정부와 협상 채널을 구축하기로 합의하고, 같은 달 16일부터 실무협의에 들어갔다. 국회와 함께 IRA 법 개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 상·하원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미 FTA 정신을 강조하며, 한국산 전기차가 세제 혜택을 받도록 설득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최고운영책임자(COO) 사장은 “한국 정부와 국회의 미국 내 IRA 활동이 현대차에게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한국의 노력으로 IRA를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미국 정부에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북미권역본부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국회가 다양한 경로로 미국 내 영향력 있는 인사들과 접촉해 법 개정 필요성에 대해 설득력 있게 전달했기 때문에 기업들이 더 효과적으로 이들과 소통할 수 있었다”고 현지 분위기를 전했다.
미국 언론들도 IRA에 대한 동맹국들의 우려를 전하며, 한국 정부의 대응을 주요하게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미국 주요 동맹국들은 IRA에 분노하고 있다”며 “(IRA에) 가장 반발하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도 “유럽과 일본 등의 전기차 제조업체들도 보조금 차별 조항에 불만을 품고 있지만, 유독 한국이 솔직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의 미국을 상대로 한 '아웃리치'는 현대차 등 한국 기업들의 활동과 시너지를 내며 미국 상원과 하원에서 친환경 자동차 세액 공제 3년 유예를 골자로 하는 법 개정 발의로도 이어졌다. 지난달 4일 미국과 IRA 관련 본격 협의에 착수한 EU는 최근 들어 잇따라 IRA를 비판하는 강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IRA의 전기차 보조금이 시장 왜곡 조치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강경히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EU 통상 장관들도 미국 캐서린 타이 무역대표부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유럽에서 수출하는 전기차를 캐나다와 멕시코 제품과 동등하게 대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는 미국을 대상으로 한 아웃리치 활동과 동시에 유관 업계와 수시로 소통하며, 국내 기업들이 IRA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히 IRA로 인한 기업 리스크 대응과 잘 드러나지 않은 IRA 내 기회요인을 찾아내 기업들이 적극 활용하도록 했다.
국내 기업들도 미국 재무부에 가이던스 관련 별도로 의견서를 제출하고, 중장기적 IRA 대응 방안을 모색하는 등 정부와 보폭을 맞추며 대응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현대차·기아는 법 개정을 위한 활동과 동시에 내연기관차를 생산하고 있는 앨라배마공장과 조지아공장에 2024년 중으로 전기차를 투입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