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은 이재석 신소재공학부 초빙 석학교수팀이 우리 몸 안에서 세균과 맞서 싸우는 단백질인 항균 펩타이드 구조와 기능을 모방한 신규 고분자 물질을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항균 펩타이드는 물에 잘 녹는 친수성과 기름에 잘 녹는 소수성을 모두 갖는 양친매성 나선구조를 가진 펩타이드가 대표적이며 인지질 막을 분쇄해 세균 등의 미생물을 파괴한다.
페니실린 등 항생물질 개발은 인류가 다양한 질병을 극복하고 기대 수명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하지만 세균은 항생물질에 노출될수록 그 물질에 대한 내성을 갖기 때문에 새로운 항생물질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자연적으로는 합성되지 않는 인공 고분자는 세균에게는 매우 생소한 물질이기 때문에 세균이 내성을 획득하기 어렵다. 내성을 획득했다 하더라도 고분자의 구조를 인위적으로 조정해 세균이 획득한 내성을 회피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인공 고분자로 새로운 항생물질을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계속 이어져 왔다.
이재석 교수팀은 자연 펩타이드와 비슷한 아마이드 구조로 돼 있는 고분자인 '폴리이소시아네이트'로부터 항균 펩타이드를 모사한 새로운 인공 고분자 물질을 개발하고 이 물질의 항균성을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폴리이소시아네이트는 나선 구조를 갖는 막대 형태의 고분자로, 분해성이 높아 친환경적이고 펩타이드와 유사한 분자구조로 인체에 해가 없는 생리활성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연구팀이 합성에 성공한 교대배열 폴리이소시아네이트 공중합체는 자연 항균 펩타이드와 매우 비슷한 구조로 돼 있고 세균 표면을 구성하는 인지질 이중막을 파괴할 수 있다. 연구팀은 황색포도상구균과 대장균을 대상으로 한 항균 시험을 통해 물질의 항균성을 확인했다.
인체 내 항균 펩타이드 작용 원리에 대해서 많은 연구가 있으나 인체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항균펩타이드를 즉각 분해하기 때문에 항생제 임상시험에서는 번번이 실패했다. 폴리이소시아네이트는 단백질의 분자구조와 완전히 같지 않기 때문에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바로 분해되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석 교수는 “기존의 항생제와 기능이 비슷하면서도 단백질 분해효소로부터 공격받기 어려운 인공 고분자인 항생제 물질의 합성을 시도하고 있다”면서 “분자구조 최적화를 통해 고분자 기반 물질로 항생제 내성 문제를 해결하고, 폴리이소시아네이트의 항균 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이재석 교수(교신저자)가 주도하고 박인규 박사, 채창근 박사, 최지은 연구원, 송우영 박사과정생이 수행했다. 이은지 신소재공학부 교수(교신저자)와 서진원 화학과 교수(교신저자)의 공동연구로 이뤄졌다. 한국연구재단의 개인기초연구사업과 지스트 과제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독일화학회 저명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에 온라인 게재됐으며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