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세를 이어오던 국내 기업 연구개발(R&D) 투자·연구인력 채용이 새해에는 위축될 전망이다.
다만 대기업과 기계·소재·전기전자 등 업종에서는 확대 계획이 있어, 이를 뒷받침하는 정책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회장 구자균)가 기업연구소 보유기업 500개사 대상으로 '2023년 R&D 전망조사'를 실시한 결과 R&D 투자와 연구인력 채용 모두 '올해보다 확대하겠다'는 기업보다 '올해보다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많았다. 절반 이상은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응답했다.
R&D 투자를 축소하겠다는 응답이 25%,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18.6%였으며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56.4%로 나타났다.
연구인력 채용의 경우 축소 응답이 22.4%, 확대 응답이 14.6%였다. 유지 응답은 63%였다.
지난해 12월 실시된 2022년 R&D 전망조사 결과와 비교할 때, 투자와 채용 모두 축소하겠다는 기업이 크게 늘었다. 전반적인 기업 R&D 활동이 위축세에 들어설 전망이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보다 중견·중소기업에서 축소 계획 기업이 더 많았다.
대기업 R&D 투자의 경우 축소(19.6%)보다 확대(25%)하겠다는 기업이 더 많았으나 채용은 축소(21.4%)가 확대(17.3%)보다 많았다. 올해 수준을 유지하겠다는 응답은 투자와 채용 모두 절반을 넘었다(투자 55.4%, 채용 61.3%).
중견·중소기업 투자는 확대(중견 10.9%, 중소 18.9%)보다 축소(중견 25.9%, 중소 29.2%)가 더 많았다. 채용 또한 확대(중견 14.3%, 중소 12.4%)보다 축소(중견 25.9%, 중소 20.5%)가 더 많았다.
대부분 업종이 투자·채용을 축소하겠다고 밝혔으나 일부 업종에서는 확대하겠다는 응답이 더 많아 업종별 온도 차를 보였다.
건설·자동차·화학 등은 투자와 채용 모두 축소 기업이 확대 기업보다 더 많았다. 기계·소재·전기전자 등은 투자 확대를 하겠다는 기업이 더 많았고, 기계·정보통신 등은 채용을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더 많았다.
특히 기계 업종은 유일하게 투자와 채용 모두 확대하겠다는 기업이 더 많았다. 생산과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조선, 에너지, 방위산업 등 업체가 포함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편 정부에 바라는 R&D 지원 정책에 대한 질문에 응답 기업들은 'R&D 사업 코로나19 한시 지원 일몰 연장' 'R&D 세액감면 확대' '연구인력 채용 지원 확대' '기업 간 기술협력 지원' 등을 건의했다.
마창환 산기협 상임부회장은 “기술혁신을 통해 미래 씨앗을 만들어 가야 하는 상황에서 국가 연구개발의 79%를 차지하는 기업 R&D가 위축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위기”라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확대하려는 대기업에 더 적극적인 R&D 투자를 할 수 있도록 세제지원 등 유인책을 강화하고, 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서도 R&D 자금지원, 인력지원 등 직접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