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줄줄이 인하하고 나섰다. 손보사들은 이미 올해 상반기 보험료를 내린 바 있는데 금융당국 압박에 못이겨 새해 차보험료를 2%대씩 또 인하하기로 했다.
차보험 시장 1~2위인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은 22일 새해 2월 말 책임 개시 계약부터 개인용 자동차보험료 요율을 2.0%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 21일 KB손해보험과 현대해상도 개인용 차보험료 요율을 2.0%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보험사는 고물가에 시달리는 우리 경제에 고통분담 차원에서 인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DB손보는 “코로나19 엔데믹에 따른 사고율 증가와 정비요금 등 보험원가 상승이 예상되나 고물가 등에 따른 대다수 국민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차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KB손보도 “새해 차보험 시장이 거리두기 완화에 따른 교통량 증가와 보험료 원가 상승 등으로 낙관적이지는 않다”면서도 “고물가에 따른 고객의 경제적 부담을 분담하자는 차원에서 보험료를 인하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들 상위 4개사 차보험 시장점유율은 85%를 넘어 대부분 소비자들이 혜택을 보게 된다.
인하 행렬은 중소형사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은 각각 평균 2.5%, 2.9% 인하를 최종 결정했다.
보험사의 보험료 책정은 회사 자율 사항이지만 이번 차보험료 인하 결정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의 물밑 압박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차보험은 금감원이 담당하고, 실손보험은 금융위가 맡아 요율 조정을 압박했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당초 손보업계는 차보험료 인하를 검토하지 않거나 인하를 해도 1%대 초반을 유력하게 보고 있었는데 이달 초 2%대 인하 소문이 돌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차보험과 더불어 실손보험도 크리스마스 전에 보험료 조정이 끝나야 한다는 무언의 압박이 업계에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손보험 요율은 새해 1월 1일부터 적용되고, 10개 손보사뿐 아니라 5개 생명보험사도 판매 중인 상품이라 더 서두를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다.
생명·손해보험협회는 실손보험료 평균 인하율을 8.9%로 결정했다. 2017년 출시돼 처음 보험료가 오르는 3세대는 평균 14% 인상된다. 1세대는 평균 6%, 2세대는 평균 9% 오른다. 지난해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는 동결된다.
1~3세대에서 4세대로 전환하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혜택은 올 연말 종료에서 2023년 6월 말로 6개월 연장됐다.
실손보험은 피보험자(가입자)가 병원 치료를 받은 뒤 부담한 의료비(급여 본인부담금, 비급여)의 일정 금액을 보장하는 상품을 말한다. 지난 3월 말 기준 가입자만 3977만명에 달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표]주요 손해보험사 차보험료 인하 요율(자료: 각 사)
김민영기자 my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