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융합은 우리가 익히 아는 원자력(핵분열)과는 다른 방식으로 열을 낸다. 작은 원자가 합쳐지는 과정에서 에너지를 낸다.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는 태양도 수소 핵융합으로 빛과 열을 낸다. 이 때문에 인위적으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장치를 '인공태양'으로 부르기도 한다.
수소 1㎏을 이용한 핵융합 반응으로 내는 에너지가 우라늄-235 1㎏으로 내는 것보다 7배 이상 많아 그 효율이 엄청나다. 다만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먼 미래 기술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국이 핵융합에너지와 관련 세계 이목을 끄는 연구 성과를 발표했다. 미국의 핵융합 연구시설 '국립점화시설(NIF)'이 핵융합 '점화(ignition)'에 성공했다는 소식이었다.
투입 에너지보다 많은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 핵융합 점화다. 앞으로 상용화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중대한 지점이다. NIF 연구팀은 2.05메가줄(MJ) 에너지를 투입, 3.15MJ 핵융합 에너지를 얻어냈다고 밝혔다.
이는 당연히 핵융합 에너지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목을 끌었다. 우리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한국의 인공태양'으로 불리는 '초전도핵융합연구장치(KSTAR)'를 이용, 연구를 지속해 오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끈 지점은 방식 차이다. KSTAR는 구멍이 뚫린 도넛 형태 진공 용기에 고온 플라즈마를 일으키고 이를 용기 중간에 자기장으로 가둬 핵융합 반응을 일으킨다. 이른바 '초전도 토카막' 방식이다. 이 방식의 어려움은 고온 플라즈마를 안정된 상태로 유지하는 것인데, 우리가 1억도 플라즈마를 30초나 유지하는, 세계 최고 성과를 보인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7개국이 참여해 프랑스에 건설 중인 국제핵융합실험로(ITER) 역시 같은 방식이다.
그런데 미국은 다른 방식을 취했다. 레이저 핵융합 방식이다. 이는 핵융합 원료인 중수소 삼중수소를 금속 용기를 넣고, 이를 고출력 레이저로 쏴 내부 수소를 압축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핵융합 반응이 일어난다. 레이저 방식은 그동안 투입 에너지 대비 생산 에너지가 너무 적다는 문제가 있었는데, 미국이 이를 넘어섰다.
이에 '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뒤를 쫓아야 하는 것 아닌가?'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가 취한 초전도 토카막 방식도 아직 가야 할 길이 멀지만, 그것은 레이저 방식 역시 마찬가지다. 극복해야 할 것이 많다는 점을 미국 연구진 역시 인정하고 있다. 첫걸음을 뗀 것이다.
더군다나 우리나라가 초전도 토카막 방식으로 큰 성과를 내는 상황에서 미국을 따를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이에 대해 정현경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정책전략부 박사는 “레이저 방식은 장치 구조가 상대적으로 간단하다는 것이 특징이며, 미국의 성과도 충분히 의미가 있다”며 “다만 실제 상용화에는 아직 다양한 핵심기술을 구현하는 과정이 필요하고, 상용화 가능성 검증을 위한 시설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KSTAR 초전도 토카막 방식은 ITER에도 적용되는 현재 현실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실제 상용화가 이뤄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