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진을 겪고 있는 가구업계가 MZ세대 공략에 적극 나서고 있다. 실적 방어를 위한 프로모션보다는 장기 관점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 잠재 고객을 선점하기 위해서다. 보수적인 마케팅 방식에서 벗어나 채널 다각화는 물론 팝업스토어, 협업 제품 출시 등 다채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다.
가구업계 2위 현대리바트는 최근 패션 플랫폼 '무신사 스토어'에 공식 입점했다. 무신사가 보유한 두터운 MZ세대 고객층을 공략한다. 홈퍼니싱 소품은 물론 옷장·소파·침대·식탁 등 고가의 일반 가구 제품도 판매한다. 입점 직후 이달 5일까지 최대 53%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단독 기획전을 열어 젊은 고객 눈길을 사로잡았다.
중견 가구 기업 에몬스도 2세 경영 체제 전환과 함께 채널 확장에 적극적이다. 김경수 회장의 장남 김승곤 총괄사장이 올해부터 경영을 전담하면서 젊은 이미지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다. 온라인 자회사 '에몬스홈'을 앞세워 패션 플랫폼 입점, 카카오톡 선물하기 특가 판매 등을 전개하고 있다.
지누스는 지난달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팝업스토어 '원더베드'를 열어 이목을 모았다. 원더베드는 1980년대 놀이동산 콘셉트의 뉴트로 감성으로 조성됐다. 대형 미디어월과 45m 길이의 롤러코스터 모양 매트리스를 전시하는 등 체험을 중시하는 MZ세대 맞춤형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는 평가다.
예술 등 다른 산업과 협업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신세계까사는 온라인 쇼핑 플랫폼 '굳닷컴'을 통해 국내 차세대 아티스트 3인과 협업한 아트 콜렉션 가구를 내놨다. 예술적 감성을 중시하는 젊은 고객층에게 색다른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의도다. 지난 10월에는 업계 최초로 강남 서래마을 매장을 아트살롱 콘셉트로 리뉴얼해 눈길을 끌었다. 올해까지 점포 수 확대에 치중했다면 내년부터는 매장 리뉴얼을 통해 체험요소를 가미한 특화 매장을 늘려나갈 계획이다.
가구업계가 MZ세대 공략에 적극적인 것은 충성 고객을 만들기 위해서다. 브랜드 '팬덤'을 구축해 장기적인 매출 증대 효과를 유도하는 전략이다. 올해 가구업계는 부동산 경기 침체 장기화 등 대외 영업 환경 악화로 부진을 겪고 있다. 단기적인 실적 개선에 힘을 빼기보다는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타깃층을 다각화해 내실을 다지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는 “최근 경기침체로 가구 소비에 지갑을 닫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여전히 능동적인 소비 패턴을 보이고 있다”며 “라이프스타일 변화, 1인 가구 증가 등 시장 트렌드에 맞춰 가구시장도 MZ세대 중심으로 전략을 재편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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