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ITP 리뷰 1]카타르월드컵…AI가 돕고 인간이 완성한 감동의 댄싱

카타르 월드컵이 역대급 다이나믹한 결승전 끝에 아르헨티나 우승으로 28일 대장정을 마무리했다. 준비과정에서 이주노동자 인권 문제, 최초 겨울 월드컵임에도 선수들을 괴롭힌 사막 지역 무더위, 외국인 관람객에게 엄격한 이슬람 계율 적용 등 논란에도 월드컵은 축구라는 용광로로 전 세계를 거침없이 용해했다. 메시, 호날두, 모드리치 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스타들의 마지막 월드컵으로 예상됐기에 유독 '라스트 댄스'가 자주 언급됐는데, 우승컵 퍼즐을 완성하며 조국에 세 번째 월드컵을 안긴 리오넬 메시가 그 주인공이었다. 우리에게는 손흥민의 가면 투혼과 16강 진출, 조규성의 월드컵 퍼스트 댄스로 감동과 희망 그리고 '중꺽마(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교훈을 선사한 '팀 대한민국'이 주인공이었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더 정확한 판정과 효율적 경기 진행을 위해 흠결 없이 임무를 완수한 인공지능(AI)은 빛나는 조연으로 불러 손색이 없을 듯하다.

FIFA가 이번월드컵에 도입한 SAOT 기술. 출처=FIFA
FIFA가 이번월드컵에 도입한 SAOT 기술. 출처=FIFA

◇반자동오프사이드판독기술(SAOT), 고질적인 오프사이드 판정 시비 일거에 해결

축구에서 가장 판정이 어렵고 잡음이 많은 파울이 오프사이드라고 한다. 오프사이드는 상대방 진영에서 공격자가 공보다 앞에 위치하면서 그 선수와 골라인 사이에 상대방 수비(골키퍼 포함)가 2명 이상 없을 때 패스를 받는 상황인데, 공이 패스하는 선수 발끝을 떠난 시점에 공격수와 수비수의 순간적 위치를 판단해야 하고, 신체 일부는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며, 선수 간 상호 겹치는 상황도 봐야 하는 등 판단 요소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오프사이드 여부는 골 판정에 직결되는 경우가 많아 신속하면서도 정확한 판단이 축구계의 오랜 과제였다. 카타르 월드컵에서 야심작으로 채택된 SAOT가 이 숙원을 해결했다. FIFA는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의 골라인판독기술(GLT),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비디오판독시스템(VAR) 등 판정지원기술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오고 있는데, VAR은 오프사이드 판독에 시간이 오래 걸려 경기 흐름이 끊기는 문제를 초래했다. 이에 미국 메사추세츠공대(MIT) 스포츠연구소와 스위스 취리히연방공대에 의뢰해 3년에 걸쳐 SAOT를 개발한 것이다.

SAOT은 관성측정센서(IMU)를 탑재한 공인구(알 릴라, 알 힐름), 경기장 지붕 아래 설치된 12대의 카메라, 이들로부터 실시간 수집된 정보를 취합·판단하는 AI 시스템으로 구성된다. 관성측정 센서는 공인구 중심부에 부착된 무게 14g 전자장치로 독일 키넥손(Kinexon)이 개발했으며, 가속도계·회전 속도계·자력계 등으로 감지한 미세한 움직임을 초당 500회씩 전송해 볼을 차는 순간의 오프사이드 기준 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12대 카메라는 선수 관절 움직임을 29개 데이터포인트로 나누어 50분의 1초 단위로 위치를 파악하며, AI가 실시간 분석함으로써 선수 신체 어느 부위가 오프사이드 라인을 넘었는지까지 판독한다. 이를 통해 오프사이드 판독 시간을 평균 70초에서 25초 내외로 단축했고, 개막전 킥오프 3분 만에 터진 1호 골을 비롯한 다수의 골을 오프사이드로 판독했다. 판정에 대한 논란도 없어 매우 성공적인 데뷔로 평가된다.

◇판정 보조기술, 도입 종목 확산하고 응용 수준도 고도화 전망

SAOT의 성공은 AI 발전사에서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수십억 인구가 지켜보는 지상최대 스포츠 이벤트 실시간 중계라는 고 압박 상황에서 짧은 시간 내에 정확한 판단을 입증한 사례는 관련 기술 확산 기폭제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마이너리그 하위리그에서 로봇심판을 활용하고 있는 미국은 올해부터 트리플A 11개 팀이 '볼·스트라이크 판정시스템'(ABS)을 운영하고 있으며, 2024년부터는 미국 메이저리그와 우리 KBO에서도 도입할 계획이다. 야구에서 논란이 가장 많은 볼·스트라이크가 신속하고 정확히 판정되면 경기 재미와 더불어 시간 단축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SAOT는 주니어 클럽축구에서 대학농구에 이르는 보다 광범위한 영역에서 선수 자동추적과 이를 통한 데이터 통찰력을 끌어내는 단계로 발전할 것으로 스태츠 퍼폼(Stats Perform)사의 루시 박사는 전망한다. 이를 통해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직관을 측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이미 구글은 카메라에 포착되지 않은 선수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SAOT 처럼 계산 영역에서 탁월성을 입증한 AI가 스포츠에서 직관 영역으로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어느 수준까지 가능하고 어떻게 활용될 것인지 자못 궁금하고 기대된다.

그럼에도 스포츠를 감동과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은 아름답기까지 한 기술, 희생과 투혼, 정곡을 찌르는 전략, 환희와 눈물, 최종 판정을 책임지는 선수, 감독, 관중과 시청자, 심판 등 인간의 몫이고, 카타르 월드컵은 이를 확인시킨 무대가 아니었나 싶다.

글 : 이효은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