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의 몸집은 커졌지만 내실이 부실해졌다는 분석결과가 나왔다. 성장 속도와 활동성도 둔화돼 내년도 경기 한파를 대비해야 하는 한국경제에 비상등이 켜졌다.
대한상공회의소는 한국평가데이터(KoDATA)와 함께 1612개 상장사(대기업 160개, 중견기업 778개, 중소기업 674개)의 올해 3분기까지 재무상황을 각각 성장성·수익성·안정성·활동성 등 4개 부문별로 구분해 분석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 매출, 총자산 등 성장성은 개선됐지만 매출액 증가 속도가 낮아지고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등 내용이 악화됐다. 수익성, 안정성, 활동성은 일제히 나빠졌다.
대상기업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전년동기 대비 19.0% 늘어났다. 코로나 안정세에 접어든 지난해(14.0%)에 이어 매출 성장세가 유지됐다. 성장 속도는 다소 둔화됐다. 작년 2분기에서 3분기를 거치며 매출액증가율이 0.5%포인트(P) 상승했으나 올해는 2.3%P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로는 대기업이 17.8%, 중견기업이 23.4%, 중소기업이 10.2% 증가했지만 지난 분기 대비 대기업 2.8%P, 중견기업 0.6%P, 중소기업 2.0%P 각각 줄어들었다.
총자산은 전분기 대비 2.8%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총부채도 4.4% 늘어나 '빚으로 쌓아올린 자산'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분석대상 기업의 합산 총자산은 39조원이 증가한 반면 총부채는 40조원 증가해 부채증가액이 자산증가액을 앞질렀다.
지난해 3분기까지 53.5%를 기록한 영업이익 증감율은 올해 -7.2%로 내려앉았다. 대기업의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지난해 3분기까지 대기업은 58.3% 성장세를 보였으나 올해는 12.5%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지난해의 성장률에 크게 못미쳤다.
기업의 수익성을 평가하는 3분기 누적 매출액영업이익률은 6.1%로, 전년동기대비 1.7%P 줄었다. 이는 전분기와 비교해도 1.0%P 줄어든 수치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이자비용은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이는 올해 상반기부터 시작된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대상기업의 3분기 발생 이자비용은 총 3.5조원으로 1분기(2.6조원)와 2분기(3.0조원) 발생 이자비용을 감안하면 매분기 4000억~5000억원의 순이자부담이 늘어나는 추세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갚을 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배율은 10.6배에서 8.0배로 급락했다.
기업의 안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도 일제히 하락했다. 외부 차입 증가로 전체기업의 3분기 누적 부채비율(81.4%)과 차입금의존도(19.4%)가 모두 작년 같은 기간의 부채비율(74.2%)과 차입금의존도(18.9%)보다 증가했다.
특히 자기자본 대비 기업부채의 크기를 의미하는 부채비율은 코로나 발생 이후 최대치이며, 전년 대비 상승폭도 7.2%p로 코로나 당시의 2019~2020년 상승폭(+2.6%p, 3분기말 기준)을 크게 앞질렀다.
나빠진 상황을 반전시킬 기업의 활력은 크게 떨어졌다. 보고서는 재고자산이 크게 늘어난 점을 근거로 들었다. 3분기 말 기준으로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6.1%, 2021년 6.6%에서 올해 8.0%로 증가했다. 재고자산회전율도 10.7회로 기록됐다. 이는 코로나가 가장 심했던 2020년 2분기와 같은 수준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기업들이 어려운 경제환경 속에서도 수출과 내수판매에 많은 힘을 쏟았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어든 형국”이라며 “당분간 어려움이 지속되겠지만 이럴 때일수록 위기를 기회 삼아 새로운 활로를 찾아내는 기업가정신이 나타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