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이 사업화하고자 하는 산업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 지원 프로세스를 본격 추진한다.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은 기업들이 경쟁을 통해 수립한 유망 산업기술을 R&D 과제로 기획해 지원한다.
산기평은 산업통상자원부와 함께 '기업이 직접 제안한 비즈니스 모델(BM)'을 R&D과제로 기획해 지원하는 방식인 'BM형 R&D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BM형 R&D제도'는 산업부가 지난 6월 정부 국정과제와 연계해 발표한 '산업기술혁신전략'에서 R&D 사업화 강화를 위해 도입하는 조치다. 그간 국가 R&D가 고위험 부담보다 안정적 기술개발에 집중해 R&D 성공률은 높은 것과 반대로 사업화 성공률이 낮은 것에 대해 대응하는 방안이다.
BM형 R&D과제는 기업 간 경쟁형 기획을 통해 과제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기업이 시장상황을 고려해 설계한 BM 중심으로 관련기술을 개발하도록 R&D를 기획한다. 정부는 기술의 구체적인 스펙이나 결과물을 사전에 지정하지 않고 해당 기술 분야 미래유망기술 품목만 제시한다.
산기평은 지난달 향후 5년 내 우리산업에서 화두가 될 유망기술 중 △스마트제조 △의료기기헬스케어 △조선해양 등 3개 BM형 R&D 테마 품목을 선정해 BM 기획을 수행할 기업을 공개경쟁 방식으로 공고한 바 있다. 모두 60개 기업이 응모했다.
특히 스마트제조 분야는 27개 기업이 BM기획서를 제출해 가장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검사공정 무인화, 예지보전플랫폼, 안티드론 인공지능(AI) 플랫폼, 제조공정 영상분석 시스템, 에너지관리시스템, 안전관리시스템 등 다양한 정보기술(IT) 융합기술이 대상이다.
의료기기헬스케어 분야는 우울증, 불면증, 정신질환 치료, 치매증상, 파킨슨병, 비만치료, 천식치료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자약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에 대해 24개 기업이 기획안을 제출했다.
조선해양 분야는 9개 기업이 전기추진용 배터리 선박적용성 향상에 관심을 보였다.
BM기획서를 사전검토한 한 벤처투자전문가(VC)는 “'BM형 R&D제도'는 기업이 보유한 기술을 사장하지 않고 사업화할 수 있는 정부 제도”라면서 “최근 투자위축과 경제상황에서 기업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밝혔다.
산기평은 선정된 BM기획서에 대해 다음 달 기술개발 계획서를 받아 최종 BM형 R&D 수행기업을 선정·지원할 계획이다.
전윤종 산기평 원장은 “최근 5년간 정부 R&D는 99.1%의 높은 성공률을 보인 것에 비해 사업화율은 50%도 안되는 수준(42.9%)이다”면서 “민간 주도 시장 중심 연구개발 지원을 확대해 우리 기업 혁신 역량과 산업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