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등단한 지동섭 작가는 신예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높은 완성도로 심사위원단을 놀라게 했다. 그는 이제 겨우 자신감을 얻었을 뿐이라며 겸손하게 앞으로의 계획을 밝혀 나갔다.
-수상 소감
▲ 소설을 써서 어딘가에 내보일 때마다 다른 사람이 이 글을 좋아해 줄지 걱정이 앞선다. 평소 생각하는 기준대로 글을 쓰려고 노력하지만, 그것이 다른 사람의 취향에도 부합하는지 아직 잘 모르겠다. 이런 기회를 통해서 미리 반응을 알 수 있었다. 공모전의 좋은 점은 비록 제 작품이 탈락하더라도 훌륭한 작품이라고 선택받은 작품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것이다. 내 작품이 대상으로 선정돼 조금은 자신감을 얻었다.
-작품 소개
▲'거품날치'라는 물고기가 사는 외계 행성을 배경으로, 생태학자인 주인공이 거품날치의 멸종을 막기 위해 애쓰는 이야기다.
-집필 계기
▲소설의 특이한 제목은 필립 로스의 소설 '네메시스'를 읽고 지었다.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유행하던 시절을 다룬 소설인데, 소아마비에 걸려서 호흡을 조절하는 근육이 마비된 환자는 '철의 폐'라는 보조기구에 들어가서 살게 된다. 제목은 거기서 따왔다. 생존을 위해서 자유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경험을 우리는 지난 2년 동안 겪었다. 이 소설은 거기서부터 시작했다.
-수상 의미
▲ 20대에 막연히 서른쯤에는 작가가 돼 있을 거로 생각했다. 공대 대학원에 진학하는 바람에 실험하며 시간을 보내는 동안, 그 나이가 순식간에 지나갔다. 다행히 작년에 좋은 기회를 얻어서 작가로 데뷔했다. 학위 과정도 마쳤으니, 이제야 20대에 벌인 일들을 잘 마무리 짓는 기분이다.
-좋아하는 작가
▲SF 작가 중에서는 아서 C. 클라크와 레이 브래드버리를 좋아한다. 둘의 스타일은 완전 다르지만 오히려 그래서 둘 다 본받고 싶다. 소설 전체로 확장한다면, 안톤 체호프와 그의 계승자들, 예컨대 존 치버나 윌리엄 트레버의 문장을 모범으로 삼는다. 좋아하는 영화감독은 드니 빌뇌브와 폴 토머스 앤더슨, 박찬욱이다.
-향후 계획·목표
▲곧 학위를 마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나면, 다시 소설을 쓸 생각이다. 사실 계획을 안 세우는 성격이라 구체적인 목표는 없다. 대학원 생활보다는 여유가 생길 테니 분기별로 한 작품 쓰는 정도가 목표다.
-문윤성 SF 문학상 의견
▲어느 문학상이든 권위를 위해서는 심사위원단이 중요할 테고, 인지도 면에서는 수상자의 잠재력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수상자가 계속 글을 쓸 수 있도록 지면이 마련돼야 한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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