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너무나 많은 작가가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 새로운 글을 쓰고 있다는 사실에 새삼스럽게 놀랐다. 몇몇 경계를 아슬아슬 넘나드는 작품들을 보며 SF 문학이라는 단어의 영역이 조금씩 넓어지는 느낌도 받았다.
인공지능 설계사가 등장하는 '개의 설계사'는 미래의 이야기지만 현재의 땅에도 딱 붙어 있는 이야기다. 큰 이견 없이 장편 부문 대상작으로 선정됐다. 장편 부문 우수상 '구름문'은 매일 겪은 우리의 미스터리 세계인 꿈의 결정화라는 설정으로 시선을 끌었다. 꿈이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의 소재가 될 수 있음을 장르적으로 설파한다.
중단편 부문 응모작들은 장편보다 더 다양하고 자유로운 주제와 형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대상작인 '물의 폐'는 이견이 없는 수작이었다. 마음속으로 김초엽스러움이라는 은근한 형용사가 떠올랐다. 우수상인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은 뻔뻔하고 유쾌한 시간여행물로서 영상화를 고려할 때 가장 적합하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러브 앤 피스'는 무생물의 생물화라는 기발한 발상으로 상상력이 돋보이는 우화였다. 예전 베르베르의 단편을 연상시켰다. '나와 나의 로봇개와 너'는 세미 논문 같은 독특한 형식미를 갖춘 실험적인 작품인데, 끝까지 궁금함을 자극했다. '도서관 신화'는 도서관이 품고 있는 환상의 여행지 속성이 광활한 세계관 속에 펼쳐진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