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사실이 아닐 수 있어도 성공으로 가는 과정인 건 맞는 것 같다. 적어도 실패에 좌절하지 않는 사람들에겐 말이다. 그렇다고 벤처·스타트업을 창업해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막대한 부를 이룬 창업가 스토리는 갑남을녀에겐 '21세기 영웅담'처럼 막연하게 느껴질 뿐이다. 최근 C-Suite Club(이하 클럽)이 출간한 17명의 최고경영자(CEO) 실패기를 담은 책 '실패, 아무것도 아니다'가 주목받는 이유도 평범한 사람들에게 작은 울림이 있어서가 아닐까.
김귀남 클럽 회장(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코리아 대표)은 “나와 함께 책을 낸 16명의 CEO 모두 다양한 분야에서 정상에 오른 사람들이지만, 가까이하기에 멀지 않으면서 열심히 노력하면 닿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했다.
입지전적인 인물 서사나 기념비적인 성공기는 당장 감동이 있을 수 있지만, 삶에 적용하기 어려운 반면에 이 책 내용은 접근하기 쉽다고 설명한다.
17명 CEO가 풀어놓은 실패담은 천차만별이다. 글로벌 기업에서 뼈저리게 느낀 영어 중요성(강태영 스탠튼체이스코리아 대표)부터 배신과 사기를 이겨낸 사업기(최염순 카네기연구소 대표), 어떤 위기도 극복할 수 있는 '궁즉통'(궁하면 통한다) 메시지(박양춘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 대표), '라떼는(나 때는)' 신조어로 통용되는 과거는 버리고 현재를 살며 미래를 꿈꾸자(이인찬 스틱인베스트먼트 오퍼레이팅 파트너)까지 여러 인생 교훈을 얻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영어공부 등 가벼운 주제부터 창업기, 경영철학 등 무거운 주제까지 이야기 스펙트럼이 넓어 창업가, 직장인, 학생 등 누구나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특히 자기 분야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은 사람들이 읽으면 인생에 직구가 아닌 변화구가 들어와도 대응할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국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로 '기업가정신 부재'를 꼽으면서 벤처·스타트업 창업가는 물론 일반기업 경영자, 직원까지 기업가정신을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직원을 뽑을 때 자기 사업 경험을 가진 지원자를 우대하는데, 사업을 해 본 직원은 자기 사업처럼 업무하기 때문”이라며 “내가 쓴 박사 학위 논문에서도 기업가정신을 가진 직원이 없는 직원보다 성과가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는 대부분 사람에게 찾아오지만 반대 방향(성공)으로 바꾸는 건 기업가정신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올해 초 설립된 클럽은 국내기업 및 외투기업 45개사 CEO 45명으로 구성됐다. CEO 면면을 살펴보면 완제품 제조사, 부품사, 물류사, 여행사, 세무법인, 병원, 재무컨설팅 등 업종이 다양하다. 새해에는 철저한 검증을 바탕으로 신규 회원을 모아 규모를 키울 계획이다.
김 회장은 “회원 간 친목도모는 물론 웬만한 일은 클럽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을 정도로 기업 운영에 도움이 되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원 2명 이상의 추천을 받아 임원 10명이 제청하는 방식으로 신규 회원을 모을 것”이라면서 “사회에 적극 기여하고, 회원들의 은퇴 후 장래도 함께 고민하며 공동의 목적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조재학기자 2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