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초엽 작가](https://img.etnews.com/photonews/2301/1608261_20221230141247_687_0001.jpg)
문윤성 SF 문학상은 올해 3회차를 맞이했다. 많은 공모전이 3년째에 일종의 고비를 맞이하는 만큼, 심사위원들이 심사에 임하는 마음도 각별했다.
우려했던 일과 우려를 상쇄하는 일이 동시에 일어난 한 해이기도 했다. 투고 일정을 앞당기는 등 여러 요인으로 지난해보다 응모작의 수가 줄었지만 이번에도 독자에게 기쁘게 소개하고 싶은 빛나는 작품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특히 중단편 부문에서는 그간 국내 SF에서 자주 보였던 스타일뿐만 아니라 독특한 개성을 지닌 작품들을 여럿 접하는 기쁨이 있었다.
장편 대상작 '개의 설계사'는 만장일치로 선정됐다. 매끈하고 탄탄한 문장, 독자를 단숨에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이는 능력이 모든 응모작 중에서 단연 눈에 띄었다. 인공지능 설계사라는 소재는 그간 SF 장르에서 자주 다뤄진 소재인 터라 새로운 방식으로 다루기 쉽지 않은데도, 진부함의 함정에 빠지지 않고 작가만의 고유한 이야기로 써내는 힘이 뛰어났다.
장편 우수상 '구름문'은 공감각적인 '구름'의 설정과 도입부가 돋보였던 작품이다. 흥미로운 도입부에 비해 다소 흔한 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이어지는 중후반부에서는 약간의 아쉬움도 들었지만, 그럼에도 긴 분량을 끝까지 읽게 만드는 재미가 있어 우수상으로 선정했다.
중단편 대상작 '물의 폐' 역시 만장일치로 선정했다. 호수처럼 잔잔하면서도 그 안을 들여다보고 싶게 하는 이야기의 흐름, 읽는 사람의 마음에 아름다운 풍경을 떠오르게 만드는 서정적인 문장의 힘이 압도적이었다.
'올림픽공원 산책지침'은 누군가 들려주는 괴담 같은 도입부에 휙 이끌려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밝아지는 산뜻한 이야기였다.
'러브 앤 피스'와 '나와 나의 로봇 개와 너'는 둘 다 실험적인 전개 혹은 구성이 돋보이는, 낯설지만 무척 매력 있는 소설이다. 국내 SF의 넓어진 스펙트럼을 소개할 때 이 작품들을 맨 앞에 두고 싶다.
'도서관 신화'는 마치 인공지능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는 듯한 다소 숨찬 재미가 있었다. 시작과 끝이 꼬리를 물고 반복된다는 SF의 고전적인 테마 중 하나를 작가만의 스타일로 잘 해석한 소설이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