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이 50대 젊은 행장을 대거 등판시키며 '새판짜기'를 예고했다. 연말 정식 취임한 한용구 신임 신한은행장(1966년생)을 포함, 이승열 차기 하나은행장(1963년생), 이석용 차기 NH농협은행장(1965년생) 등 60년대생들을 중심으로 사령탑을 구축했다. 앞서 발탁된 이재근 KB국민은행장(1966년생), 이원덕 우리은행장(1962년생)까지 디지털 전환과 내부통제 강화에 방점을 둔 세대교체 인사라는 해석이다.
경기침체를 맞아 새해에도 가계대출, 소상공인 대출 등 건전성 이슈가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취약차주 문제에 임하는 각 은행 수장들의 판단력도 시험대에 올랐다. 디지털 전환과 맞물린 기존 영업점 통폐합, 임직원 희망퇴직 문제에 대해서도 어떤 결론을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용구 신한은행장은 리딩뱅크 지위 수성과 함께 '일류은행' 도약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었다. '고객중심' 철학을 모든 전략과 프로세스에 녹이면서, 향후 인력 양성을 포함한 소프트파워 확대에 방점을 두기로 했다.
그는 취임식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리딩뱅크로서 정략적 평가를 통해 1등 은행으로 인정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객 중심 철학에 기반한 일류 은행으로 가기 위한 초석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새 수장 취임과 동시에 신한은행은 디지털전략그룹을 디지털전략사업그룹과 오픈이노베이션그룹으로 확대 재편했다. 특히 이번에 신설한 오픈이노베이션그룹은 KT, 더존비즈온 등 디지털 플랫폼 기업과 협업을 강화해 실질적 디지털 전환을 도모한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은 연말 단행한 조직개편에서 상품과 IT부서 간 결속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다. 구체적으로는 상품부서(수신상품부·개인여신부)를 플랫폼 조직으로 전환한 점이 눈에 띈다. '금융 플랫폼 기업' 구축 일환으로 상품 개발자와 정보기술(IT) 인력 간 유기적 협업을 강화하고 시장 대응 역량을 높이겠다는 목적이다. PM(Part Manager) 직위도 별도 신설했다. 통합 조직 내 업무영역별 전문성을 유지하면서 PM에게는 신속한 의사결정 권한을 부여해 능동적이고 민첩한 운영체계를 구현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은 빠른 디지털전환(DT)을 추진하기 위해 DT부문을 신설했다. 기존 애자일 조직으로 별도 운영하던 조직을 각 부서 내 팀으로 전환하고, DT부문에서 이를 총괄하는 형태다. 또한 업무 프로세스 개선 관련 컨트롤타워 역할을 할 '프로세스혁신부'를 DT 부문 내에 새로 만들었다.
우리은행은 기존 뱅킹앱 재구축 준비 조직을 상설 부서로 확대 재편, 우리원뱅킹 재구축을 위한 기반을 마련한다. 이를 위해 앱 고도화 전담조직 '뉴원(WON) 추진부'를 신설했다. 하나은행도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 강화에 방점을 두고 ICT 본부를 새로 조직했다. 이로써 주요 5대 은행 모두 새해 IT 전략에 역점을 둔 조직개편을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형두기자 dud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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