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월 4인 가구 평균 4000원 정도 인상했지만 원료비 급등 상황을 반영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스요금은 1분기 요금을 인상하지 못하면서 한국가스공사의 미수금도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특히 정부가 기존 전기요금 제도를 개편하지 않으면서 올해도 큰 폭 요금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기업 효율 투자를 도모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전력공사는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h당 13.1원 인상한다. 구체적으로 지난해 급등한 연료비 일부를 반영한 '전력량 요금'을 ㎾h당 11.4원, 신재생에너지의무이행비용·온실가스배출권비용 등을 반영한 '기후·환경요금'은 ㎾h당 1.7원 인상하기로 했다. 이에 따른 올해 1분기 전기요금 인상률은 9.5%이다. 주택용 4인 가구 월평균 사용량 307㎾h 기준으로 4022원(부가세·전력기반기금 미포함)이 증가할 전망이다.
반면에 가스요금은 동절기 요금 인상 부담을 들어 1분기에는 요금을 아예 인상하지 못한다. 가스수요가 적은 봄과 여름, 가을철에는 요금 인상 효과가 미미하다. 3분기 기준 5조7000억원 규모로 불어난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정부는 올해 연간 전기·가스요금 인상 여부와 규모도 확정하지 못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2분기 이후에 국제 에너지 가격동향과 그 다음에 기업 재무구조 상황, 그 다음 또 물가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인상 여부와 수준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
특히 전기요금은 현행 제도 아래에서는 큰 폭 인상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행 연료비 연동제에서는 연간 상·하한폭을 ㎾h당 5원 이상으로 할 수 없게 규정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상·하한 폭도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요금 현행 구조상 큰 폭 인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가스공사는 미수금을 쌓아둘 수 있기 때문에 한전과 같은 재무위험은 상대적으로 덜하다. 이 때문에 물가당국이 가스요금 인상을 더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에너지 전문가는 정부가 우선 전기요금 인상 연간 로드맵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특히 전기요금 가격 인상을 시그널로 삼아 기업의 에너지 효율 투자를 유도해야 하는데, 정부가 명확한 메시지를 주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올해 2·3·4분기 요금 인상에 대한 구체적인 시그널이 없었기 때문에 에너지 효율에 대한 투자를 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불확실성이 커졌다”면서 “올해 전기요금 인상과 정상화에 대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마련하고, 연료비 상·하한폭은 ㎾h 당 10원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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