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 대기업 총수의 올해 신년사는 '위기'와 '변화'로 요약된다. 이들은 올해 시장 불확실성 증대로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다면서, 기본을 바탕으로 한 위기대응과 혁신을 주문했다. 특히 당장의 이익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창출할 것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신년사에서 지속적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시장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며 “철저하게 리스크를 대비하고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끊임없이 변화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단순히 실적 개선에 집중하기보다 기존의 틀을 깨부수고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미래 지향적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을 주문했다.
신 회장은 “생존을 위해 자기 혁신은 필수 불가결하다”는 선친의 말을 인용해 “예측하기 힘든 영구적 위기의 시대, 끊임없이 변화하고 함께 도전한다면 올해는 새로운 롯데로 한 단계 도약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위기를 직시하고 철저히 대비하되, 대응 관점을 기회로 바꿀 것을 주문했다. 정 부회장은 “고물가·고환율·고금리 3고(高) 시대에 소비자 최접점에 있는 유통업계는 더 큰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위기의식은 다가오는 재난을 막아주는 고마운 레이더 같은 역할을 하고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오히려 기회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기본과 본질에 충실할 때 위험과 위기는 도약을 위한 자산이 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고객에 대한 광적인 집중을 당부했다. 그는 “고객에게 광적으로 집중해야 기존 사업의 경험과 가치를 강화하고 미래 신사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신세계 유니버스를 더 빠르게 확장할 수 있도록 고객이 열광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과 서비스를 갖춰달라는 주문이다. 이와 함께 경제 불확실성에 대비해 “올해는 수익성이 담보된 사업구조를 만들어 내실을 다지겠다”고 말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격변의 시대에 맞서 우리만의 성장의 길을 찾아 나가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윈스턴 처칠의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실패를 거듭할 수 있는 능력'이라는 말을 인용하며 “올해를 위기 이후 더 큰 도약을 준비하는 성공적인 한 해로 만들어 나가자”고 말했다.
정 회장은 '비전 2030'을 속도감 있게 추진할 것을 주문하며, 형식보다 기본적 가치와 목적에 충실할 것을 강조했다. 특히 “당장의 이익에 집중하기보다 고객이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이유에 대해 본원적 고민을 하면서, 바뀐 경영환경에 맞게 사업의 내용과 방식을 변화시켜야 생존이 가능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고객과 시장, 경쟁자의 변화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리프레이밍'을 통해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무엇인지 잘 살피고 변화의 포인트를 제대로 짚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급변하는 국내외 경영환경은 위기이자 큰 도약의 기회”라며 “중기 전략의 성공적 실행을 통한 글로벌 라이프스타일 기업으로 도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는 CJ 대변혁을 위한 원년”이라며 “컬처와 플랫폼, 웰니스, 서스테이너빌리티 등 4대 미래 성장엔진 기반 혁신성장 사업을 중심으로 과감하고 신속한 투자와 인수합병(M&A)을 실행해 새로운 영역과 영토로 확장을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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