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메타버스' 시대, 공간정보와 자율주행

김기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기업지원본부장.
김기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기업지원본부장.

한국의 '마블 히어로 무비' 사랑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각별한 편이라고 한다. 신작이 개봉될 때마다 한국은 세계 흥행 수익 순위 상위권에 랭크되며 영화의 관심도는 어떤 나라보다 뜨겁다. 한국인을 위한 팬 서비스로 마블은 그들의 영화에 한국을 등장시켰다. 우주선이 겨우 통과하는 상암동의 빌딩숲 풍경, 히어로와 빌런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추격전을 펼치는 광안리의 밤바다 풍경은 그 풍경에 익숙한 한국인에게 더할 나위 없는 몰입감을 선사하고 더 뜨거운 호응을 끌어내기에 충분했다.

비슷한 예로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2분짜리 게임의 그래픽 트레일러 영상을 들 수 있다. '오픈월드 기반의 RPG 게임'이라는 장르의 평범함에도 영상이 각광 받은 이유는 실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구현한 게임 속 서울 풍경 때문이다. 광화문, 청계천 등 랜드마크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아파트와 골목길 풍경까지 사실적으로 표현한 게임 속 세상은 우리가 그 속에 있는 것 같은 몰입감을 선사했다. 이는 외국이나 우주와 같은 낯선 배경과는 차원 다른 수준의 현장감으로 사용자에게 큰 인기를 끌 것임이 자명하다.

비단 게임이나 영화와 같은 엔터테인먼트 분야뿐만 아니라 실사와 유사한 디지털 공간정보 기반의 가상환경은 산업적 측면에서도 중요하다. 자율주행차량은 다수의 카메라와 센서 등을 활용해 확보한 도로와 주변 정보를 운행에 적용해서 사물을 탐지하고, 충돌을 방지하고, 3차원(3D) 지도를 생성 및 조합하고 특수한 데이터모델을 제공해 스스로 운전한다. 이를 위해 고도로 학습된 인공지능(AI) 알고리즘 기반으로 많은 사례를 통해 학습하고 검증되었는지가 성패를 가르는 요인이다. 그러나 실차를 통한 학습 및 검증에는 비용이 많이 들어가고 자칫 사람의 생명과도 직결될 수 있는 문제로, 실차 운용 이전에 반드시 사전 실증이 요구된다.

시뮬레이터 검증에서 중요한 요건은 실제와 같은 공간정보를 활용해 차량의 자세 및 노면 상황에 따른 제동 거리 등 동역학적 상황, 차량이 운행되는 외부 환경의 실측 및 렌더링 작업 등이 동반되는 현실성 높은 가상주행환경 구축이다.

공공기관이 구축한 고정밀 공간정보 데이터를 기반으로 디지털 트윈 환경을 구축하고 인지·판단·제어 등 다양한 자율주행 실증 활동을 가능케 하는 범부처 차원의 연구(공간정보 기반 실감형 콘텐츠 융·복합 및 혼합현실 제공 기술개발사업)가 진행되고 있다. 연구와 국내 상황에 맞는 시뮬레이터 환경을 통해 몰입감 높은 훈련시나리오 테스트 및 검증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써 자율주행자동차의 알고리즘 검증뿐만 아니라 드론·항공기와 같은 모빌리티에 모사해서 훈련할 수 있는 서비스 모델을 다양하게 만들 수 있다.

자율주행 검증 테스트베드로 활용되는 대구 PG(Proving Ground), 신도시인 부산 에코델타시티, 도심지역인 서울 여의도 및 강서 지역, 대표적 고속도로 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서울 톨게이트(TG) 지역 등 다양한 상황별 도로 실증을 통해 그 가능성을 검증받았다. 지형·사물·신호 인식, 돌발상황 대처 등 다양한 시나리오 생성을 통해 실제로 차량이 주행할 국내 여건을 반영한 자율주행 알고리즘 검증 분야에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 시대 성패는 실제 공간정보의 확보 및 활용을 통한 몰입감 확보가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막힌 여행길 대신 온라인으로 여행하는 이른바 '랜선여행'이 유행하는 이유는 그곳에 가지 않고도 마치 그곳에 있는 것처럼 몰입감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이 아닌데도 실제처럼 생각하고 보이게 하는 현실'이라는 가상현실의 사전 정의와 같이 메타버스 시대를 맞아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환경을 위해 고정밀 공간정보의 확보와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기술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관심이 필요할 때다.

김기정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기업지원본부장 kjkim@gokea.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