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안보 핵심은 지정학적 기술 우월성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기술표준화는 현재 시장에서 우월성을 가져갈 수 있는 동시에 향후 발전방향에 대한 영향이 크기 때문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희진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주요국들이 기술표준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대응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나라가 글로벌 규칙 제정 비전을 제시하고 담론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기술표준 특히 디지털 기술표준 문제를 국제전략, 외교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미국 국무부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선거에 주력하고 국제표준화기구(ISO) 등 그밖에 국제표준계 선거도 모니터링하는 점과 영국 외교부가 '디지털 기술표준에 대한 한국의 접근' 연구용역을 추진하는 점은 표준 문제를 안보 차원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미·중 대립으로 인한 국제표준시스템 디커플링에 대해 유럽연합(EU), 독일 등과 디지털 기술표준 제정 논의를 공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미·중 대립으로 글로벌 공급망 디커플링뿐만 아니라 국제표준시스템도 탈동조화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가 확보한 기술력과 국제표준기구에서 리더십은 표준시스템 탈동조화를 경계하는 국가들과 디지털 기술표준 제정 논의를 같이할 명분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표사례로 기획재정부가 2월부터 호주 정부와 디지털·핵심기술 국제규정 제정 및 표준화 협력 등 지식공유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한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경제발전경험공유사업(KSP)을 제시했다. 호주뿐만 아니라 선진국과 기술지식을 공유하고 국제표준화를 논의하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기술표준은 세계무역기구(WTO) 무역기술장벽(TBT) 기준이 되는 등 글로벌 룰의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환경·에너지 문제는 우리가 선도적으로 규범화에 참여하는 한편 대응 역량이 부족한 국내 중소기업에 역점을 두고 신통상 의제에 대해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기술표준 정책 전문가다. 지난해 10월 개최된 '세계표준의 날'에서 한·아세안 표준협력 등 개도국과 표준협력에 기여한 공로로 대통령표창을 받았다. 지난해부터 이 교수가 소속된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은 산업통상자원부의 '디지털통상 전문인력 양성사업'을 한국표준협회, 서울대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교수는 “디지털 통상은 기술과 무역·통상이 복잡하게 연결되는 글로벌 룰 형성의 최전선이 될 것”이라며 “외국에서도 디지털 통상 전문인력 양성교육을 프로그램 차원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없는데 우리가 통상과 기술 차원 인력을 확보하는 선도적 프로그램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일부터 한국모빌리티학회장 임기를 시작했다. 이 교수는 모빌리티 분야 기술공학·사회경제·정책 차원 융합연구 확대를 위해 월례 학술발표회를 활성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올해는 좀 더 정책에 기여하는 모임을 진행하려고 한다”며 “차세대 신성장 동력인 모빌리티 분야에서 산·관·학을 잇는 융복합 논의의 장으로 학회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