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23 미디어데이를 하루 앞둔 2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헤리리드공항에 도착했다. 지구 반대편에 있는 입국장은 한국인으로 인산인해다. 라스베이거스 컨벤션홀 주변 호텔 객실 절반 이상을 한국에서 온 기업인과 취재진이 채웠다. 자정을 향하는 늦은 밤까지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는 불을 환히 밝히고 참관객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다.
올해 CES는 주최국 미국 외에 한국이 가장 많은 부스를 꾸렸다. 550곳 넘는 한국 기업·기관이 참가한다. 전체 참가 기업 3000여개사 가운데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스타트업 참가는 역대 최대 규모다. 유레카 파크 등에는 미국보다 100곳가량 많은 300여개 한국 스타트업이 참가를 신청했다. 전시 규모는 물론 내용 면에서도 CES는 한국 기업이 주도하는 기술 혁신 무대다. 삼성전자와 LG전자, SK 등 한국 기업은 가전을 넘어 모빌리티, 디지털 헬스케어, 웹 3.0, 지속 가능성 등 미래 산업을 이끌 신기술 화두를 던진다.
초연결 시대를 제안하는 삼성전자는 비스포크 인공지능(AI) 세탁기·건조기와 스마트싱스 기반 서비스 등 다양한 혁신 제품과 기술을 선보인다. LG전자는 업그레이드를 거친 LG 올레드 TV를, LG이노텍은 전장부품 기술을 일반에 처음 공개한다. 현대차그룹을 대표해 참가한 현대모비스가 목적기반모빌리티(PBV) 콘셉트 모델 2종을 공개하며 글로벌 부품사들 앞에서 앞선 기술력을 강조한다. 롯데는 롯데정보통신이 전기차 충전 사업, 롯데헬스케어는 개인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을 공개하며 해외 사업을 확장한다.
한국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현장 경영도 이어진다. SK는 최태원 회장이 직접 부스를 찾아 그룹이 보유한 친환경 기술과 제품을 소개한다. 정기선 HD현대 사장은 프레스 콘퍼런스를 통해 미래 해양 전략과 성장 동력을 얘기한다. 한국 스타트업 활약도 기대된다. 이번 CES에서 최고 혁신상을 받은 17개 기술 가운데 한국 스타트업이 4개 부문을 차지했다. 자율주행과 헬스케어 등에서 독자 기술을 보유한 한국 스타트업이 세계 주요 기업과 교류한다.
많은 시장조사업체가 치솟는 물가와 주가 하락 등 올해 경제 위기를 경고한다. 그러나 남과 다른 기술은 위기 속 빛을 발하는 법이다. 3년 만에 완전한 오프라인으로 전환한 CES 2023은 한국의 기술 주도권을 확인하고 위상을 널리 알릴 기회다. CES를 찾은 모든 한국 기업인을 응원한다.
라스베이거스(미국)=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