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폴란드 퐁트누프 원자력발전 기본계획을 민간발전사인 제팍(ZE PAK)에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질, 예산 등 원전 건설을 위한 '밑그림'을 전달한 것으로, 총 사업비만 40조원 안팎에 이르는 '폴란드 원전' 수주가 가시화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지난해 말 폴란드 퐁트누프 원전에 관한 기본계획 '더 플랜(The Plan)'을 제팍에 제출했다. 계획에는 지질 등 환경조건 분석과 파이낸싱 모델에 따른 예산 추산, 프로젝트 수행 이정표 등이 담겼다.
제팍은 한수원이 자체 조사하고 분석한 기본계획을 바탕으로 구체 예산 등을 조율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한국전력공사격인 폴란드전력공사(PGE)와 폴란드 정부가 일정부분 협의에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제팍은 한수원과 원전 기본계획 내용을 최종 조율한 후에 폴란드 정부에 제안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후 올해 구체적으로 입지를 조사하는 '타당성 조사'를 거친다. 이후 폴란드 원전 규모는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원전 업계는 기본계획 제출로 폴란드 원전 사업 수주 가능성은 높아졌다고 분석한다. 원전 수주 단계를 차례대로 밟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정용훈 KAIST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교수는 “'폴란드 원전'은 폴란드 정부 등이 우리나라를 선택해 '발주하겠다'는 의미의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기본계획은 원전 사업에 대해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을 제시하라'는 것이기 때문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이미 선정된 셈이고, 크게 어긋나지 않는 이상 수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수원은 내부적으로도 폴란드 원전 수주를 염두에 두고 인적 대비에 나섰다. 조만간 프랑스 파리 유럽지사를 통해 직원 1명을 폴란드에 파견한다. 특히 본사에서는 폴란드 파견 희망자를 파악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원전 업계는 폴란드 원전에 대해 13년 만에 원전 노형 수출을 재개할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특히 비용 측면에서 우리나라 원전의 우수한 경쟁력을 입증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본다. 폴란드 원전 건설비용은 1기당 최소 6~7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2~4기가 건설될 계획인 것을 감안하면 건설비용은 14조~28조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과 비교할 때 절반 수준 금액으로 원전 건설이 가능한 셈이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APR1400 1기를 짓는데 들어가는 건설비용은 약 5조원인데, 폴란드에서는 운송비용 등을 감안해 6조~7조원 정도 들 것”이라면서 “(웨스팅하우스의) AP1000은 1기당 15조원 소요되는 것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 원전) 경쟁력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향후 자금조달이 관건이다. 폴란드 정부가 천문학적 자금을 원활히 조달해야 사업에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특히 내륙에 원전을 짓는 만큼 추가 냉각탑 등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비용 상승이 예상된다.
반면에 우리 측이 건설비용을 조달하는데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다. 한수원은 지난달 한전, 국내 정책금융기관 등과 업무협약(MOU)을 교환, 재원 조달 물꼬를 텄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 류태웅기자 bigheroryu@etnews.com
민간발전사 제팍에 '더 플랜' 전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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