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서비스 예정인 한국IC카드 독자 표준 'KLSC'를 앞두고 여신금융협회 산하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이 카드 단말기에 인증을 강요해 밴사와 갈등을 겪고 있다. 2000만원에 달하는 KLSC 인증을 받아야만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에서 영세 가맹점 단말기 비용 보조를 하겠다고 통보한 것이다.
4일 여신금융협회와 업계에 따르면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은 영세 가맹점 카드 단말기 비용 보조를 앞으로는 KLSC 인증 단말기에만 적용하기로 했다.
카드 단말기를 제조·공급하는 밴사는 해당 단말기에 KLSC 인증을 받아야만 영세 가맹점에 깔리는 25만원 상당 단말기 비용을 재단으로부터 정산받을 수 있다. KLSC는 과거 비자·마스터 등 글로벌 카드사에 막대한 수수료 지급하던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국내 9개 카드사가 만든 한국형 IC카드 표준 규격을 말한다.
재단은 2015년 영세 가맹점 IC단말기 교체를 위해 카드사들이 조성한 지원금 1000억원 중 남은 기금을 투입해 여신협회 산하로 출범했다. 그간 영세 가맹점 단말기 설치 비용은 저스터치로 인증을 받은 단말기를 공급하는 밴사에 정산됐다. 저스터치는 2018년 국내 7개 카드사가 공동으로 개발한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다. 다만 가맹점 확보와 업계 상위사인 삼성카드가 발을 빼면서 유명무실화됐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KLSC가 비접촉거래를 지원하고, 저스터치와 호환돼 해당 인증을 받은 단말기에 비용 정산을 적용하기로 했다”면서 “인증이 필수는 아니지만 종전처럼 영세가맹점에 설치하는 단말기 비용을 재단으로부터 정산받기 위해선 공급하는 단말기에 KLSC 인증이 필수로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을 알기 위해선 카드 단말기에 필요한 인증을 알아야 한다. 현대 카드 단말기에는 IC카드 접촉·비접촉 결제 등을 위해 필수로 EMV 인증을 받아야 한다. EMV는 유로페이와 마스터카드, 비자가 스마트카드 결제 카드와 지불 터미널 및 현금 자동 입출금기를 위한 기술 표준이다. 통상 EMV 비접촉 하드웨어 인증까지는 공통된 표준규격이 쓰이지만, 소프트웨어 인증부터는 회사 간 비접촉결제 주도권 싸움으로 각각이 다른 표준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비자의 '비자웨이브', 마스터카드의 '저스트 탭앤고', 유니온페이 '퀵패스', 애플 '애플페이' 이외에 국내 카드사가 만든 '저스터치', 티머니 등이 모두 다른 표준을 사용하고 있다.
밴사는 가맹점 요청이나 필요에 따라 필요한 인증을 받은 단말기를 보급하고 있다.
각 비접촉결제 인증을 위해 밴사는 카드 단말기 테스트 등을 위해 수천만원의 비용을 투입하고 있다. 특히 저스터치 인증받을 경우 영세 가맹점에 투입하는 단말기 비용을 보조받을 수 있어 상당한 비용을 이미 썼다. 이런 상황에 KLSC 추가 인증은 밴사에 또 부담이다. KLSC 인증은 결제 오류 등을 점검하는 디버깅과 TA로 총 1500만~2000만원 상당의 비용이 필요한 것으로 확인됐다.
밴업계 관계자는 “이미 저스터치를 인증 받은 상황에 이제는 새 인증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새로운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이미 수익성이 악화한 밴사에 단말기 비용 정산을 볼모로 KLSC 인증을 또 강요하는 것은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여신협회 관계자는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의 신결제단말기 보급 사업은 기존 저스터치 인증을 받은 단말기도 계속 보급 가능하고, 신제품을 출시해 보급할 계획이라면 현재는 저스터치 인증이 KLSC 인증으로 통합돼 운영되므로 KLSC 인증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
신용카드사회공헌재단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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