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막은 침습적인 방법 없이도 혈관 분포를 직접 볼 수 있는 유일한 신체 부위입니다. 망막을 통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예측하는 인공지능(AI) 의료기기를 올해 상용화, 증상이 나타나기 이전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최태근 메디웨일 대표는 “망막 진단 AI가 심장 컴퓨터단층촬영(CT) 같은 기존 진단 검사 장벽을 낮추고, 질환 조기 예측에 도움을 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메디웨일은 안저 사진으로 질병을 진단하는 기술을 개발하는 의료 AI 기업이다. 포항공대 산업경영공학과를 졸업한 최 대표가 최고의학책임자(CMO)를 맡고 있는 임형택 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와 2016년 창업했다. 최 대표는 스물여섯살이던 2016년 녹내장 진단을 받으면서 당시 진료를 담당했던 임 교수를 환자와 의사로 만났다. 젊은 나이에 절반 가까운 시야 결손을 동반한 녹내장은 매우 희귀한 사례로 이 같은 개인적 경험이 질병 위험을 예측하는 AI 기술을 개발하는 계기가 됐다.
이렇게 개발한 제품이 눈의 망막 영상을 촬영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예측하는 AI '레티-CVD(한국명 닥터눈)'다. 안저 사진을 AI가 분석해 심근경색, 협심증, 뇌졸중 같은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도를 정량화해 보여준다. 현재 심혈관 질환 위험 평가에 가장 많이 활용하는 방법은 심장 CT이지만 방사선 노출 부담이 크고, 검사 접근성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 닥터눈은 이를 망막 검사로 대체하면서 1분 안에 심장 CT와 동등한 정확도로 질환을 예측한다. 망막 이미지와 심장 CT 촬영을 함께 진행한 세계 6만명 환자 데이터를 통해 심장 CT와 동등한 유효성을 임상으로 검증했다.
최 대표는 “망막을 통해 혈관 질환을 예측하는 시도는 처음이 아니고 구글 같은 대기업에서도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대규모 임상 데이터를 통해 성능을 검증하고 논문을 발표한 것은 메디웨일이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심장내과 분야 유수 저널인 유럽심장학회지가 심장 분야 혁신기술로 메디웨일의 망막 AI 기술을 꼽은 것도 이를 증명한다”고 설명했다.
닥터눈은 지난해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품목허가를 받고 11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으로 결정됐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의 선진입 의료기술 결정을 통해 상반기 국내 의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닥터눈은 올해 CES 혁신상도 수상했다. 이를 계기로 세계 최대 의료 시장인 미국 진출도 추진한다. 연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는 것이 목표로 10군데 의료기관과 임상시험을 진행할 계획이다.
최 대표는 “한국의 스타트업이 만든 솔루션이 세계 심장내과 의사로부터 인정받은데 이어 CES 혁신상을 계기로 대중의 공감까지 얻어냈다는데 의미가 있다”며 “미국은 의료 시장 규모가 압도적으로 크고 심장 CT에 대한 접근성도 떨어지는 만큼 닥터눈을 통해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정현정기자 i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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