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는 뉴스들이 있었다. 정책과 정보가 타당했느냐를 묻는 것들이었다. 월성원전 1호기의 경제성, 통계청의 가계동향조사 부동산 가격에 관해 정부 및 공공기관의 발표와 시민단체·시중은행 간 수치 차이가 사례들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은 국민 모두 나름의 경험치가 있는 만큼 한 번쯤 고개를 갸우뚱한 듯하다.
이들 사안이 추후 어떤 판단에 이르겠지만 국민 입장에서 큰 의문이 하나 들게 된 것만은 분명하다. 바로 '정책은 타당하고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가'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모두 이런 신뢰가 깨진다면 정부와 정책은 제 역할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점도 안다.
굳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과학적 진실성 및 증거 기반 정책에 관한 강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정책 신뢰 확보 차원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라는 점은 명확해 보인다. 그럼에도 우리는 과학적 진실성과 이것에 기반을 둔 정책이란 것에 익숙하지 않다. 연구윤리나 연구진실성 등과 같은 의미와는 다른 용어 정도로 이해하기도 한다.
우리가 연구 과정이 윤리성이나 투명성을 갖추도록 하고 연구의 정당성을 제시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연구윤리나 연구진실성이라면 과학적 진실성이란 여기에 이 연구의 결과가 신뢰할 수 있어야 하며, 그렇게 되기 위해 이 과정은 외부의 영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중립성 훼손, 이해 충돌 야기, 결과의 부적절 사용, 정보 공개 방해 등이 있다면 바람직한 정책의 구현은 어려워질 것이다. 정책에 과학적 진실성은 담보될 수 없을 것이다.
많은 전문가가 이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는 듯하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둔 의사결정이 이루어지지 못하거나 소극적 행정이 이루어졌거나 보고는 됐지만 정작 결정이 지연된 경우도 있었다. 게다가 정작 과학자 사회가 과학적 진실성에 관한 판단의 주체가 되지 못한 것은 아닌가를 염려하고 있었다.
과학적 근거에 기반을 두고서 정책이 기획되고 그 타당성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과거의 정책을 평가하거나 향후 이런 근거가 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목소리도 있고, 분명 이런 우려는 우리 모두 이해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점은 이제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정책을 근거에 기반을 두지 않고는 추진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런 문제는 이미 불거졌고, 앞으로 많은 전문가와 모든 국민이 그 근거는 무엇이며 타당한 것이었냐고 되물을 것이다. 우리 사회가 과거에 비해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게 된 것처럼 정책 역시 이제 진실성이라는 잣대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고, 이것은 불가역 방향이 됐다.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과학적 진실성이란 가치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는 노력해야 한다. 인권 존중이나 부패 방지와 마찬가지로 정부 부처와 공공부문의 교육 과정에도 반영되어야 하겠다. 많은 정책연구기관과 이들을 관장하는 경제인문사회연구회와 같이 조직은 자신의 정책연구윤리 기준을 다시 정립해야 할 것이다.
이미 연구를 통해 과학적 진실성과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정책이 어떤 과정에서 훼손될 수 있는지 알려져 있다. 이제 이것을 우리 정책의 근거로 삼을 것인지는 선택만 남았다. 우리가 과학적 진실성을 담보하고 정책을 그 위에 세우려는 노력을 지금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며, 결국 피해자는 정부 및 정책과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가 될 것이다.
박재민 건국대 교수·ET대학포럼 좌장 jpark@konkuk.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