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디지털플랫폼정부 성공을 위한 제언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DP정부위)가 지난해 9월 22일 공식 출범했다. 이제 국민은 민간 플랫폼에서 경험하는 것처럼 국민 맞춤형 공공 서비스가 제공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DP정부위가 국민의 높아진 기대에 걸맞은 디지털 정부 모습을 구현할 수 있을까.

디지털플랫폼정부가 구현되면 부처간 칸막이 때문에 번거로웠던 보험실비청구나 부동산 등기이전 등 각종 공문서 발급·등록 절차를 한 번 정보 입력과 클릭으로 간소화할 수 있다.

국민이 쉽고 편리하게 체감할 수 있는 '국민체감형 통합 행정서비스'로 나아가야 한다.

모든 데이터의 연결을 통해 맞춤형, 선제적 혁신 플랫폼 서비스로 나아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모든 데이터를 연결하고 개방하면 언젠가 데이터로부터 다양한 혁신과 가치가 쏟아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전 정부에서도 데이터 통합을 추진했으나 1111개 행정·공공기관에서 1만7000개 이상의 정보시스템에 흩어진 데이터를 모으기가 쉽지 않았고, 공공데이터 기반 혁신도 기대보다 잘 이어지지 못했다. 이유가 무엇일까.

첫 번째 이유는 디지털 혁신을 수집된 데이터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민간기업에서는 흩어진 데이터를 통합·연결하기 위해 인프라 구축에 엄청난 투자를 해왔다. 그러나 데이터가 그 자체로 금광인 것은 아니다.

애초부터 목적성 없이 설계되고 각종 정보시스템에 무작정 쌓인 데이터를 연결한다고 해서 혁신에 이르는 새로운 가치가 나오기는 어렵다. 풀고 싶고 달성하고 싶은 혁신의 정의가 우선돼야 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데이터를 찾고 기획하고 연결해야 한다.

데이터가 아닌 국민 관점과 국민 문제에서 시작하는 게 핵심이다. 민간기업도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경험 혁신을 위해 고객을 다양한 페르소나로 나눠 각각 잠재욕구와 페인포인트를 데이터로부터 찾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를 '페르소나틱스'라고 한다. 예를 들면 지금 TV를 켜는 고객이 가족 구성원 가운데 누구인지 알아내고 어떤 맥락에서 현재 어떤 잠재 욕구가 있는지를 예측,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그에 맞는 콘텐츠를 선제적으로 맞춤형 경험으로 만들어 내는 노력을 하고 있다.

디지털플랫폼정부(DP정부) 모습도 국민의 다양한 페로소나마다 서로 다른 니즈와 욕구를 선제적으로 예측해서 개인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의 페르소나와 맥락을 찾기 위한 데이터 설계, 기획, 분석을 위한 데이터 간 연결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민간과 국민을 플랫폼의 적극적 참여자로 개입시키지 못했다. 정부는 국민을 '위한' 가치 창출을 외치지만 사실 플랫폼 정부의 성공은 국민에 '의한' 가치 창출에 있다. 국민이 DP정부의 의미와 경험에 관심을 보이게 하고 활동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 국민이 데이터 주권을 갖고 개인 데이터 연결을 허락할수록 깊어지고 편리해지는 서비스 경험을 하도록 해야 한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모든 국민의 다양한 맥락과 니즈를 충족할 서비스와 디지털 경험을 만들어내기는 어렵다.

민간기업이 공공데이터를 통해 특정 맥락을 해결하는 서비스를 만들도록 데이터 전면 개방이 중요하다. 다행스럽게도 현재 DP정부위는 공공데이터를 통합·활용·공유하고 민간에 전면 개방해서 데이터와 서비스 민간 공유를 위한 개방형 표준을 마련한다는 목표를 세운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는 데이터 연계 및 공동 활용을 위한 컨트롤타워와 협력적 거버넌스 부재다. 그동안 거버넌스 없이 각 부처가 데이터 기반 혁신을 위해 노력한 결과 개별 부처와 기관 단위로 각종 규제만 생겨나고 있다. 책무성 기준으로 나뉜 기술 대응 정책으로 분야별 대응 정책이 모두 따로 가다 보니 민간 혁신은 각종 절차적 규제 때문에 더 느려지고 어려워지고 있다.

민간기업의 고객 데이터간 결합에 대한 가명조치 적정성 심의 지연이 대표적 사례다.

데이터 기반 혁신은 국가 최고데이터책임자(CDO) 체계를 확립하고 민·관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를 재정립해서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데이터 활용과 안정성·신뢰성을 담보하는 가이드라인 수립이 필요하다.

DP정부위가 기존 규제를 뛰어넘어 실제 작동이 가능한 주체 간 협력을 끌어내 국민을 페르소나별로 공감·분석하고 다양한 국민의 맥락과 잠재 욕구 속에서 진짜 문제를 찾아내길 희망한다. 그 문제를 데이터의 안전한 연결과 개방으로 국민·민간에 의해 새로운 가치를 지속 창출하는 진정한 플랫폼 정부 모습을 구현하기를 기대한다.

차경진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kjcha7@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