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부터 금융권에 부는 칼바람이 매섭다. 새해가 시작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주요 은행에 이어 카드사에까지 인력 구조조정이 확산일로를 보이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새해 벽두부터 금융사에 구조조정 한파가 몰아닥쳤다. 이미 시중은행 두 곳이 희망퇴직을 시작했고, 이 여세가 카드사로까지 확산하고 있다.
하나카드는 지난 4일부터 준정년 특별퇴직 접수가 시작됐다. 준정년 특별퇴직 대상은 이달 31일 기준 1968년생으로, 만 10년 이상 근속한 재직 직원이다. 하나카드는 10일까지 신청을 받고, 심의 절차를 거쳐 31일 최종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준정년 특별퇴직자로 선정되면 책임자·사원급은 36개월치 평균임금, 관리자는 31~36개월치 평균임금이 차등 지급된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직원들의 조기 전직 기회를 제공하고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 대비한 인력구조 효율화를 위해 준정년 특별퇴직을 시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40대까지 희망퇴직 대상자에 올리면서 예년보다 대상자 폭을 넓혔다. 신한은행은 2일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 지난해 희망퇴직의 경우 부지점장 이상만 대상이었지만 올해는 직급과 연령이 부지점장 아래와 만 44세까지 낮아졌다. 3일부터 준정년 특별퇴직 신청을 받고 있는 하나은행도 1월 31일 기준 만 15년 이상 근무, 만 40세 이상 일반직원을 대상자로 정했다. 부산지역 대표 은행인 BNK부산은행도 1월 1일자로 희망퇴직 신청자 68명에게 퇴직 발령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은행들이 희망퇴직 등 대상 연령을 40대로 낮추면서 2000~3000명에 이르는 은행 직원들이 짐을 쌀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지난해 12월 희망퇴직 신정을 받은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도 만 40대를 대상에 포함했다.
은행에서 시작한 금융권 구조조정 도미노가 하나카드를 시작으로 카드사 전반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권에서는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매년 정례화하는 분위기다. 비대면 금융 서비스 확대로 기존처럼 대규모 인력이 필요치 않게 되면서 매년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카드사의 경우 채권시장 경색으로 비용 조달이 어려워졌고, 카드수수료 인하에 따른 본업 경쟁력 악화로 올해 수익성을 확답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최근 카드사들이 회원 한도를 대폭 축소했고, 장기 무이자할부 혜택을 대폭 축소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이미 지난해 현대카드와 우리카드가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현대카드는 지난달 근속 20년의 55세 이상 직원 등, 우리카드는 1967~1969년생 가운데 10년 이상 재직한 부서장급 임직원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했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구체적인 일정을 확정하지 않았다. 다만 업계에서는 2021년 12월 KB국민카드, 지난해 1월 신한카드가 각각 희망퇴직을 실시한 만큼 업황 사정이 여의찮은 올해 구조조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 침체로 비상경영 의지가 강한 데다 디지털 비대면 금융 분위기 확산 속에 금융권의 인력 구조조정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