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가 철강 탈탄소화 표준 주도권 확보에 나섰다. 탄소중립이라는 세계적인 이슈에서 비용 절감과 불확실성 제거, 무역갈등 해소 등 WTO 입지를 확대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WTO는 최근 '탈탄소화 표준과 철강 부문: WTO는 어떻게 더 큰 일관성을 지원할 수 있는가' 정보노트를 발간했다. 정보노트는 WTO가 무역갈등을 방지하고 비용 절감과 철강 제조 기술 혁신을 촉진하기 위해 철강 산업 탈탄소화 표준에 일관성을 확보하고 개발도상국 입장을 담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WTO가 저탄소 철강기술 글로벌 확대와 탈탄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무역장벽을 해소하는 데 역할을 확보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표준을 준비·적용할 수 있는 글로벌 규범 구조 △서로 다른 탈탄소 표준으로 발생하는 무역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투명한 메커니즘 등을 제공하는 것을 WTO 역할로 규정했다.
특히 탈탄소화 표준에 일관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탄소배출량 측정 방법론이나 탈탄소화에 대한 정의, 성능임계값 영역 설정 등 표준이나 이니셔티브가 난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존재하거나 개발되는 20개 이상 철강 탈탄소화 표준이나 이니셔티브가 난립하면서 생산자가 불확실성과 거래비용 증가를 겪을 가능성이 높고 무역 갈등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파편화 위험과 함께 환경 신뢰성을 훼손 가능성도 제기했다.
WTO는 무역기술장벽(TBT)에 관련 WTO 협정이나 글로벌 포럼 개최를 통해 일관성 있고 포괄적인 표준을 촉진하는 장이 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오는 3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무역을 위한 탈탄소화 표준: 철강 부문 일관성과 투명성 촉진'이라는 주제로 업계와 전문가, 회원국들을 모아 이해관계자 간 대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전문가는 WTO가 최근 체제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탈탄소 분야 주도권을 놓고만 있지 않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와 같이 탈탄소 담론을 EU가 주도하는 것에 대해 밀리지 않으려는 의도가 있는 것 같다”면서 “WTO가 최근 존재감이 약화되면서 디지털 통상 규범이나 탄소거래제, 탄소 배출 등 탄소중립에 대해 이니셔티브를 갖고 싶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영호기자 lloydmin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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