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하반기엔 내린다는데…근원물가 정점 '촉각'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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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물가상승률이 동절기를 지나면서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 흐름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8일 물가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 상승률은 4.1%로 2008년(4.3%)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찍은 후 5.0%까지 하락했지만 근원물가는 아직 완전한 하락세를 보이지는 않고 있다.

농산물·석유류 제외지수는 2021년 초반까지 1%대를 유지했으나 하반기 들어 상승했다. 작년 1월 3%대로 올라섰고 5월 4%대를 기록했다. 이후 4% 초중반 수치에 머물다 작년 10~12월 3개월 동안 4.8%를 유지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 근원물가인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지난달 상승세가 소폭 꺾였다.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는 농산물, 석유류보다 제외되는 품목이 많다. 이 지수는 지난해 8월 4.0%를 기록한 후 매달 0.1%포인트(P)씩 올라 11월에는 4.3%를 기록했다. 12월에는 0.2%P 하락한 4.1%로 집계됐다.

KDI는 “12월 식료품·에너지 제외지수 상승률은 개인서비스를 중심으로 전월보다 낮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행은 12월 지표에 대해 “전세가격 하락 등의 영향으로 집세 상승세 둔화가 이어지고 외식물가 오름폭 축소로 작년 이후 처음으로 상승률이 둔화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 영향력을 제외하면 근원물가 상승폭은 더 커진다. 정부가 직·간접적으로 가격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품목을 대상으로 만든 관리물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은 10월 5.1%까지 상승했다.

향후 물가는 점차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

KDI는 “물가상승률은 점차 하락하는 추세지만 공공요금 인상은 물가하락세를 제약하는 요인이 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근원물가 상승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촉발된 인플레이션이 서비스 등 다른 방면으로 옮겨가 물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의미다. 근원물가에서는 농산물과 석유류, 넓게는 식료품과 에너지 가격이 제외된다. 그러나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 상승은 물가지수를 구성하는 다른 품목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향후 국제유가가 안정되고 물가상승률이 꺾이더라도 중앙은행의 물가안정 목표인 2% 수준으로 하락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물가당국에서는 근원물가도 조만간 정점을 찍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설 민생대책을 발표하면서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정점을 지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최다현기자 da2109@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