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중견 면세업계, 인천공항 신규 입찰 '고민'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 구역 모습.
인천공항 제1여객터미널 면세 구역 모습.

인천공항 면세점 신규 사업자 입찰을 두고 중소·중견 면세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스마트면세점 도입, 터미널 통합 사업권 등 새 제도가 도입되면서 투자비용이 당초 예상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객 수에 연동해 책정하는 임대료 방식도 변동성이 크다는 이유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는 지난달 29일 면세사업권 운영사업자 모집 공고를 게시했다. 이번 입찰은 제1여객터미널(T1)과 제2여객터미널(T2), 탑승동 매장을 통합해 사업권을 7개로 조정하고 여객 수에 연동한 임대료 체계를 도입한 것이 특징이다.

공고를 바라보는 중소·중견 면세점 심경은 복잡하다. 과거보다 매장 면적은 넓어졌지만 사업권 개수는 줄어든 상황이다. 전체 7개 사업권에서 중소·중견 면세점에 할당된 사업권은 DF8, DF9 등 2개다. 판매 품목은 화장품·패션·주류·담배 등 전 품목이다.

가장 고민되는 지점은 매장 운영 방식이다. 이번 입찰은 모든 사업권이 T1, T2에 각각 매장을 할당 받는다. 즉 모든 면세점이 2개 터미널에서 동시에 매장을 운영해야 하는 구조다. 초기 투자비용은 물론 인건비, 재고 관리 등 운영비용이 1개 터미널에 있을 때보다 2배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 게다가 사업 기간이 기본 10년으로 늘어난 점도 부담이다.

스마트면세점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면세점은 모바일 환경에서 공항면세점 면세품을 구입하고 매장에서 수령할 수 있는 서비스다. 모바일 전산 시스템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초기 구축비용이 많이 든다. DF8, DF9 사업권의 경우 스마트면세점 운영이 의무는 아니지만 경쟁에 밀리지 않기 위해 사실상 스마트면세점 도입이 불가피하다.

여객 수에 연동한 임대료 체계도 걸림돌이다. 기존 고정임대료 방식에 비해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면세점 매출이 여객 수에 비례하지 않는 데다 공항면세점 매출의 대기업 쏠림 현상도 짙어지고 있다. 여객 수가 늘더라도 중소·중견 면세점 매출까지 늘어난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객당 임대료가 가장 낮은 DF8의 최저 수용 금액으로 산정해도 과거 임대료보다 비싸다.

일각에서는 이번 입찰에서 중소·중견 사업자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업체들이 코로나 기간 적자가 누적된 데다 올해부터 고정 임대료도 부활해 여력이 떨어진 상황이다. 중소중견면세점연합회가 임대료 감면조치 연장을 요청했으나 최근 공사 측에서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업황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인 만큼 중소·중견 업체들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12일 사업설명회에 신규 사업자가 등장할 지도 관심사”라고 말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