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 빈패스트.”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도우미가 내비게이션을 작동하고 타이어 공기압 상태를 알려준다. 묵직한 문을 열고 들어서면 커다란 터치스크린이 운전자를 반긴다. 빠른 가속력과 안정적인 제동력도 인상적이다.
베트남 신생 전기차 제조사 빈패스트(Vinfast)가 만든 'VF8'을 CES 2023이 열린 미국 라스베이거스 현장에서 타봤다. 빈패스트는 VF8을 알리기 위해 컨벤션센터 야외에 별도 트랙을 마련했다.
빈패스트는 소형 VF6, 준중형 VF7, 중형 VF8, 대형 VF9까지 총 4종의 라인업을 갖췄다. VF8과 VF9 먼저 양산을 시작했고, VF6와 VF7은 오는 3월 예약을 받는다.
차체는 전장 4750㎜, 전폭 1900㎜, 전고 1660㎜, 휠베이스 2950㎜로 현대차 '싼타페'와 비슷한 크기다. 공기 역학을 고려해 유선형으로 매끈하게 다듬은 디자인은 이탈리아 자동차 디자인 전문업체 '피닌파리나'와 협업한 결과물이다. 전후면 디자인을 빈패스트의 'V'를 형상화한 날개 모양으로 응용했다.
문을 열고 차량에 탑승했다. 문을 여닫는 느낌이 묵직하다. 견고하게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 VF8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이 실시한 충돌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별 다섯을 받았다.
시승에 앞서 빈패스트 매니저는 실내 중앙에 자리한 15.6인치 터치스크린을 통해 조작 방법을 소개했다. 사용자 지정이 가능한 터치스크린은 스마트폰과 연결할 수 있고, 공조장치를 조절한다. 테슬라가 보여줬던 혁신적인 사용자 환경(UI)을 그대로 가져온 듯하다.
'헤이 빈패스트'라고 말하면 인공지능(AI) 기반 음성 도우미가 활성화된다. 자연스러운 언어로 대화할 수 있다. 스스로 내비게이션을 켜고 타이어 공기압 상태도 확인해준다. 무선(OTA) 업데이트로 차량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고 운용체계(OS), 앱 등을 업데이트할 수 있다.
모바일 앱만으로 차량에 접속해 원격 제어도 가능하다. 이제 막 전기차 생산을 시작한 모델이라기엔 놀라울 정도의 완성도다.
트랙에서는 가속력과 코너링 성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부드럽게 가속하고 안정적으로 코너를 탈출하며 흐트러짐 없이 멈춰 섰다. 420마력의 최고출력을 바탕으로 제원상 정지 상태에서 62mph(약 100㎞/h)까지 가속 시간은 5.5초에 불과하다.
배터리 용량은 87.7㎾h로 제네시스 'G80 전기차' 배터리(87.2㎾h)와 비슷한 용량이다. 1회 충전 주행거리는 400~500㎞ 사이를 인증받을 것으로 보인다.
배터리 잔량 10%에서 70%까지 31분 내 급속으로 충전할 수 있다.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도 풍성하다. 레벨2 수준의 고속도로 주행 지원, 자동 차선 변경 지원, 충돌 경고, 자동 및 원격 주차 등을 갖췄다.
가격은 5만9000달러(약 7400만원)부터 시작하지만 빈패스트는 차량과 배터리 가격을 분리 판매하는 리스 방식으로 실구매가를 4만달러대(5000만원대)까지 낮출 계획이다.
라스베이거스(미국)=정치연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