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0일 통복터널에서 발생한 전차선 단전 사고에 대한 책임 공방이 점입가경이다. 아직 조사 중인 사안이긴 하지만 에스알(SR) 자체 조사로는 원인이 하자 보수를 하며 겨울용이 아닌 여름용 접착제 등 부실자재를 사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차량 정비 등을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맡겨왔던 SR은 아예 자체적으로 차량정비를 확대하고, 철도공사 위수탁 계약도 재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지난 6일 코레일은 사고 원인 조사가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상황에서 SR이 사고 원인이나 위수탁 협약 관련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했다.
SR은 지난 여름 탈선사고 등으로 코레일에 대한 불만이 쌓여있던 차에 이번 사고가 발생하자 사실상 코레일을 강력하게 비판하고 국토부에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입장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코레일이 비상 운행을 위해 KTX 차량으로 투입한 것을 들어 일각에서 철도 운영사가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을 보이자 SR은 '어처구니없는 행태'라며 아예 결별선언까지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가장 바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야 할 이용자 개개인이 사고로 인해 어떤 어려움과 불편을 겪었을지는 이들의 공방에 드러나지 않는다. 그나마 SR은 입장을 발표하면서 최장 130분 지연으로 불편을 겪은 이용객에 대한 사과는 우선적으로 했다. 코레일은 이례적으로 SR을 반박하고 비판하는 입장을 내면서 아직까지 국민 사과가 없다. 직접적인 사고 원인을 제공했건, 관리감독의 책임이 있건, 열차 이용으로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 데 대해 고객에게 사과부터 했어야 했다.
심지어 정시성을 가장 큰 경쟁력으로 앞세웠던 철도가 최근에는 지각 사례가 잦아 이용객 불만마저 고조되는 상황이다. “요즘 기차를 타면 10여분 늦게 된다는 것을 감안해 일정을 짠다”고 할 만큼 불만을 토로하는 이용객이 많아졌다.
이용자 보호 책임을 서로 떠넘기는 것은 철도만이 아니다. 항공은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다. 폭설로 결항이라도 될라치면 항공사는 일제히 연락두절 모드로 전환한다. 결항됐다는 문자 하나만 보낸 채 모든 고객센터와 심지어 채팅상담창 마저 약속이나 한 듯 응답하지 않는다. 추후 운항이 재개됐을 때 순차적으로 탑승하도록 한다든가 어떤 절차를 거쳐 변경할 수 있다든가 하는 안내는 전혀 없다. 결항됐으니 취소하라고 안내한 후 이후 변경 등의 문의는 티켓을 구매한 여행사에 하라고 한다. 어처구니없게도 같은 비행기를 두고 여행사도 동일 내용의 문자를 보면서 변경 등의 문의는 항공사에 하라고 안내한다.
이런 사태는 처음도 아니다. 매년 연말연시 폭설로 몸살을 앓는 제주 상황을 감안하면 고객 서비스는 경험치에 의해 나아질 만도 한데, 결항으로 이용객이 없어야 할 공항은 되레 붐빈다. 전화든 인터넷이든 연결이 되지 않으니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기 위해 이용객들은 공항으로 향한다. 매년 일어나는 폭설이나 태풍에도 똑같은 불만이 터져 나온다.
관리 부실에 일어난 사고는 일어나면 안 되고, 천재지변에 의한 사고는 막기 힘들지만 어쨌든 사고가 일어나면 최우선에 두어야 할 것은 이용객의 안전과 편의다. 특히나 국가가 관리감독하고 있는 교통 분야에서는 더더욱 국민 안전과 편의를 최우선에 두어야 한다.
말 많고 탈 많은 철도 분야에서는 국토교통부가 안전체계를 심층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하기 위해 컨설팅 용역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발주를 낸 상태로, 입찰을 거쳐 수행자를 선정하고 올해 6월까지 컨설팅을 진행할 예정이다. 컨설팅 용역에서는 최근 철도사고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관제 및 시설유지보수 등 국가 위탁사무의 관리미흡에 대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철도공사에 위탁하고 있는 국가사무를 집중 진단한다고 했다. 업무 체계 최적의 대안을 찾을 때에도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선의 답이 무엇인지를 기준으로 찾기 바란다.
문보경기자 okm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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