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요 백화점 3사 중 신세계백화점 매출 성장률이 가장 높았다. 강남점을 필두로 대전점 등 신규 점포가 빠르게 자리 잡은 것이 주효했다. 지역 1번점 전략을 앞세우며 명품 경쟁력에서도 경쟁사에 우위를 점했다는 평가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전국 13개 점포의 지난해 합산 매출액은 11조576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1% 증가했다. 2년 연속 매출 성장률 1위다. 지난해보다 증가폭은 줄었지만 백화점사 중 유일하게 20%대 성장세를 유지했다. 이어 롯데백화점이 16.1% 신장률을 기록했다. 롯데는 점포 리뉴얼에 힘입어 지난해보다 신장폭이 더 높았다. 매출은 13조6716억원으로 선두를 지켰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점포 합산 매출이 9조3998억원으로 신장률이 10.8%에 그치며 10조원 벽을 넘지 못했다.
신세계백화점은 매출이 역성장한 점포가 한 곳도 없을 정도로 고른 성장을 했다. 신세계 강남점은 작년에도 13.9% 증가한 2조8398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6년 연속 전국 백화점 매출 1위를 이어갔다. 지난해 중층 메자닌 공간과 뉴컨템포러리 전문관 등을 리뉴얼하며 전 세계 백화점 최초로 연매출 3조원 진입도 목전에 뒀다.
신규점 선전도 외형성장에 보탬이 됐다. 출점 1년을 맞은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는 8647억원의 매출을 거두며 단숨에 국내 13번째 백화점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신세계가 개점 첫 해 기록한 최고 매출 규모다. 1년 동안 2400만명이 방문하며 중부권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지역 1번점 전략도 적중했다. 신세계백화점은 서울과 부산, 대구, 광주, 대전지역에서 매출 1위 점포를 꿰찼다. 부산 센텀시티점은 매출이 17.8% 증가한 1조8448억원, 대구 신세계는 20.5% 늘어난 1조4391억원을 기록했다. 신세계의 각 지역 선두 점포 모두 두 자릿수 성장률을 거뒀다.
이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것은 경쟁사다.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0.6% 역신장하며 충청권 최대 백화점 입지를 신세계에 내줬고, 현대백화점 대구점 역시 매출이 3.8% 감소하며 타격을 입었다. 대구 지역의 경우 명품 경쟁력에서 신세계에 밀린 것이 타격이었다. 현대백화점 대구점에 있던 샤넬과 에르메스 매장이 신세계 대구점으로 옮겨가며 매출이 줄었다.
전국 점포 기준으로도 신세계와 매출 점유율 격차가 벌어진 현대백화점은 절치부심이다. 매장 내·외부를 전면 리뉴얼하고 명품 브랜드 유치에 속도를 내며 외형 성장을 위한 대응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약 2000억원을 투자해 압구정본점, 무역센터점, 목동점, 대구점, 판교점, 더현대서울 등 6개 점포를 리뉴얼한다. 지난달 대구점을 더현대 대구로 재오픈하며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 경험을 대구에도 그대로 적용해 대구 신세계와 경쟁에 힘을 싣겠다는 의도다.
롯데백화점도 잠실점을 중심으로 점포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지난해 상품(MD) 본부 조직도 강북에서 강남으로 옮기며 명품·컨템포러리 브랜드 강화에 매진한다. 주요 점포 리뉴얼을 위한 대대적 투자로 '유통 명가' 명성을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박준호기자 junh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