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칼럼]전자기 스펙트럼의 가치와 효율적 활용

육종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장
육종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장

최근 북한 소형무인기 출현으로 온 나라가 화들짝 놀라는 사건이 있었고, 우리의 무기력한 모습에 다시 한 번 놀라는 일이 있었다. 혹자는 왜 격추시키지 못했는지 등으로 관련 당국을 비난했지만 인구가 밀집한 수도권에서 전시가 아닌 평시에 화력을 동원해서 무인기를 제압하는 것이 얼마나 도전적 과제인지 인식하지 못하는 듯하다.

전자파 전공자 입장에서 우리가 전자기 스펙트럼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었다면 미상의 비행체를 제압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고출력 전자기파(EMP)는 차량 및 소형 선박을 정선시키거나 무력화할 수 있음이 잘 입증되었기 때문에 이러한 기술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항법장치나 통신시스템을 무력화하기 위한 고난도 전자기 스펙트럼 제어 기술을 활용한다면 민간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원하는 방어 임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었을 것이다.

전자기 스펙트럼은 우주의 탄생을 입증하는 근거로 활용되기도 하고 의료용 엑스레이나 자기공명영상(MRI) 등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무엇보다 최근 이동통신 발전과 함께 그 중요성과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았다. 현대와 같이 연결성이 중요한 세상에서는 전자기 스펙트럼을 이용한 무선·위성통신 기술, 사물인터넷(IoT) 기술, 차량용 레이다와 같은 각종 전자파 센서 기술이 '연결'과 '안전'을 위한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전자기 스펙트럼은 유한 자원이기 때문에 다양한 사용 주체가 공유하거나 합의에 기반을 두고 우선적 사용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즉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고,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서는 무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통서비스 제공자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통신용 주파수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지만 지상파 방송사는 광고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에도 무상으로 전자기 스펙트럼을 배타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류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 산과 들에 부는 바람, 바다의 파도 등을 가치 있는 자원으로 인식하게 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이러한 자원이 유한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또한 사실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전자기 스펙트럼도 무궁무진한 활용성과 경제적 가치가 있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주어진 자원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선용하기 위한 근본적 연구나 개발은 상당히 미흡한 상태다.

즉 한정된 주파수 자원을 공유하거나 시공간적 분할 등을 통한 전자기 스펙트럼의 효율적 사용은 아직 풀어야 할 숙제다. 또 기존에 배타적 사용이 정해진 스펙트럼도 활용성과 공공성 등을 주기적으로 평가해서 초기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 점검이 필요하다. 또 공동체에 주어진 소중한 자원이 편중되지 않고 공공의 목적 달성에 선용되고 있는지 엄격하게 관리돼야 한다. 이와 함께 주어진 주파수 자원을 효과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새로운 통신이론, 소재·소자·부품 및 시스템 기술, 반도체 설계 및 제조기술, 안테나 기술, 전자파 양립성 기술, 전자파 인체 영향 연구, 전자파 관련 법과 제도 연구 등은 앞으로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전자기 스펙트럼은 모든 국가에 공평하게 주어진 무형 자원이지만 그 자원의 가치는 천문학적일 수도 있고 하늘에서 내리는 비를 바다로 흘려보내듯 무가치하게 방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은 누가 먼저 발견했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그 기술을 사용해서 가치 있는 산업과 서비스를 창출해 내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즉 전자기 스펙트럼을 이용해 새로운 서비스 및 활용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기반으로 산업을 발전시키며 국가적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결국 우리 몫이다. 이를 위해서는 전자기 스펙트럼 분야의 기초연구와 다양한 연구개발이 지속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고급 기술 및 연구 인력 양성은 이 모든 일의 시작임을 우리 모두 인식해야 한다.

육종관 연세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한국전자파학회장 jgyook@yonsei.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