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인편의점 점포 수가 3300개를 돌파했다. 최저임금 증가로 인건비 부담이 커지면서 야간 시간을 무인으로 전환하는 하이브리드형 점포가 빠르게 늘었기 때문이다. 구인난 해소, 점포 입지 확대 효과도 있어 증가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9일 CU, GS25,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편의점 4사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무인편의점은 3310개로 전년 대비 55.8% 늘었다. 2020년의 499개와 비교하면 약 6배 증가했다.
무인편의점이 가장 많은 곳은 이마트24였다. 후발 주자인 이마트24는 지난해 말 기준 운영하고 있는 무인편의점 수는 1600개였다. 지난해에만 550개를 늘려 증가 속도도 가장 빠르다. 완전 무인으로 운영되는 '스마트코엑스점'을 제외하면 모두 하이브리드형 매장이다. 신세계 그룹 계열사 '신세계아이앤씨'와는 무인 점포 전환을 협업하고 있다.
GS25는 무인편의점을 790개 운영하고 있다. 올해 150개를 더 늘릴 계획이다. GS25는 완전 무인형 점포가 85개로 업계에서 가장 많다. GS리테일 자회사 'GS넷비전'과 협업해 무인 시스템을 관리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지난 1년 동안 310개를 늘려 총 520개를 운영하고 있다. CU는 무인 공장·리조트·기숙사 등 특수 입지 중심으로 무인편의점 400개를 운영하고 있다.
무인편의점 증가의 배경은 인건비 상승이다. 심야 시간대 인건비가 매출을 역전하는 사례가 늘면서 무인 점포 전환을 원하는 가맹점주가 늘고 있다. 게다가 올해 최저임금은 9620원으로 월 환산액이 200만원을 넘어섰다. 점포 전환 수요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본사도 무인편의점 확대에 긍정적이다. 무인편의점 도입으로 심야 시간에도 매출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태그(RFID), 사물인터넷(IoT) 등 무인 점포 솔루션도 고도화하면서 점포 전환 또한 수월해졌다. 편의점 주 고객층인 2030세대가 무인화 시스템에 익숙한 점도 장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은 인건비가 들지 않기 때문에 리조트, 기숙사 등 출점 가능한 입지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면서 “최근 심화하는 구인난도 해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걸림돌은 핵심 품목인 주류·담배 무인 판매다. 편의점 내 주류 판매는 대면 성인인증이 필요, 무인 매장에서는 판매가 불가능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주류 자판기 형태가 한정적으로 허용된 상태다. 신세계아이앤씨, 도시공유플랫폼, 페이즈커뮤, 일월정밀 등 4개 업체가 실증 특례를 받았다.
정부는 올해 3월까지 실증 특례를 거친 후 규제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다. 편의점 업계를 통틀어 무인 주류 자판기를 시범 운영하고 있는 매장 수는 50개 남짓이다. 규제 완화를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전면 도입까지는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무인화 솔루션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도시공유플랫폼은 지난해 11월부터 안면인식 기술을 적용한 주류·담배 무인 자판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페이즈커뮤는 무인 주류 자판기 인증 수단으로 기존 모바일운전면허증 외에 카카오 지갑 QR인증 시스템을 접목하고 있다.
민경하기자 maxk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