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김기선)이 해외 출장 중인 연구소장을 초빙특임교수 채용 거절과 연구원 인사평가 등을 문제 삼아 문자메시지로 보직해임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임기 만료 20여일을 남겨두고 있는 해당 연구소장은 이 같은 처사가 총장을 비롯한 집행부의 권력남용일 뿐만 아니라 조직적 부정 채용에 얽힌 부당 압력이라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감사를 요청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GIST에 따르면 지난해 6~7월께 김기선 총장은 전문구 한국문화기술(CT)연구소장에게 호남대를 정년퇴직한 김명중 전 EBS 사장에 대해 언급했고, 수일 후 대외협력처장을 겸직하고 있는 전창덕 연구원장이 전 연구소장에게 김 전 사장을 CT연구소 초빙석학교수로 채용 가능한지를 물었다.
전 연구소장은 연구소에 초빙석학교수를 채용할 근거나 필요성이 없다며 강의가 필요한 융합기술원에 적합할 것이라는 의견을 전달했다. 융합기술원에서도 김 전 사장 채용이 여의치 않자 전 연구원장은 부총장과 함께 전 연구소장을 다시 만나 김 전 사장을 연구소 초빙석학 교수로 채용할 것을 종용했다. 그 무렵 교무처장도 전 연구소장에게 김 전 사장의 채용을 고려해 달라고 수차례 전화했다.
결국 전 연구소장은 연구소 운영위원회를 열었으나 운영위 재적위원 만장일치로 김 전 사장의 초빙석학교수 '채용 불가 결정'이 내려졌고, 이 내용을 전 연구원장에게 통보했다. 그러자 GIST는 새해 5일자로 김 전 사장을 전 연구원장이 겸직하고 있던 아카데미 원장으로 발령 냈다. 문제는 전 연구소장이 CES 2023 참관차 미국 출장 중이었던 지난 9일 GIST가 전 연구소장을 보직해임하고 대신 그 자리에 전 연구원장을 겸직 임명하면서 불거졌다.
전 연구소장은 이 같은 부당 인사가 CT연구소 연구원 계약해지와도 관련됐다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말 인사평가 및 운영위원회 재계약 심의 결과 A연구원 계약 만료를 통보했으며, 이에 대해 A연구원이 이의신청하면서 운영위원회 재심의가 열릴 예정이었다. A연구원은 지난해 부당한 과제운영을 주장하며 GIST인권센터에 전 연구소장을 직장 내 갑질로 신고해 인권위원회 개최를 앞두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GIST 집행부는 노무관련 분란을 우려해 전 연구소장에게 A연구원 계약만료를 취소할 것을 요구했으며, 전 연구소장은 인권센터 신고와 운영위원회 심의는 별개 사안이라며 예정된 절차대로 재심의하려 했다.
전 연구소장은 “임기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총장과 담합한 보직 교수들이 요구가 관철되지 않자 해외 출장간 사이 문자메시지로 보직을 해임하는 등 보복 조치와 인사상 불이익을 줬다”며 “독단적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학교 예산을 낭비한 총장과 보직교수 권력남용에 대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과기정통부에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전창덕 연구원장은 “(자신의) CT연구원장 겸직 인사 내용도 뒤늦게 알게 됐다”며 “초빙특임교수 채용 관련해 압박한 일이 없고 CT연구원 인사 문제에 대해 관여한 바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