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박형준 부산시장은 국토교통부에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매립 방법만으로는 안 되니 매립과 플로팅 공법을 섞어서 건설하는 하이브리드 공법으로 하겠다는 의견을 보냈다.
부산 엑스포 2030 개최 예정에 앞서 가덕도 공항이 완성되어야 하기 때문에 공기를 앞당길 수 있는 플로팅 공법이 적절하다고 말한다.
플로팅이란 부유 물체를 바다 위에 띄어 놓은 것이다. 공항을 플로팅 공법으로 지어 놓고 운영되고 있는 공항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부유체가 움직이지 않게 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 필요하다. 우선 바다가 폭풍우 때도 잔잔해야 한다. 부유체 주변을 케이슨(아파트 30층 크기)으로 둘러 막아야 한다. 케이슨의 바닥으로부터 해상 15m까지의 총 높이는 100m에 이른다. 100m 높이의 케이슨이 안정되려면 케이슨의 밑면 폭이 무려 300m는 되어야 한다.
댐을 보면 안다. 댐의 정수리는 왕복 차로 2차선이면 충분하다. 댐의 밑면의 폭은 댐의 높이보다 3배 이상 더 길다. 부유체 둘레로 방파제를 둘러친다는 것은 매립 공사에 들어가는 골재의 양과 비슷하게 든다.
플로팅 공법은 공기 단축에 도움이 안 된다. 점보기급 대형 항공기의 착륙 시험은 아직 한 번도 시도한 적이 없다. 40인승 정도 경항공기의 착륙 시험은 있었다. 이것으로 점보기(약 500명과 항공화물)의 안전 착륙 상태를 추정할 수는 없다. 플로팅 공법을 맹신하는 관변 기술자들은 부유체를 바닷속 기둥이 떠받쳐 주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기둥이 떠받치는 공법은 플로팅 공법이 아니고 정치식 해상구조물이 된다. 해상 석유시추선의 해상구조물같이 지어져야 한다. 공사비용은 단순 플로팅 공법보다 5배는 더 든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플로팅 공법 이야기가 나온 것은 매립으로는 안 되니 하이브리드, 즉 부분적으로 플로팅 공법으로 하겠다는 것이다. 하이브리드의 한 쪽인 플로팅 공법이 타당성이 없다면 결국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타당성이 없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2016년 6월 박근혜 대통령 시절 동남권 관문공항으로 김해공항 확장안을 최적의 대안으로 결론 내렸다. 객관성을 입증하기 위해 제3국 엔지니어링 회사의 평가를 받은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 시절 좌파 단체가 김해공항 확장안을 백지화시켰다. 2021년 2월 가덕도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공학적 검토 결과 매립은 안 된다는 결론이 났다. 6년 전 프랑스 업체가 결론 낸 것과 같은 결론이 다시 도출된 것이다.
외국 엔지니어링 업체의 타당성 분석 결과 가덕도는 경비행기장으로나 가능하다는 것을 정치권 사람들은 다 알고 있었다. 부울경 지역 주민에게 지역 이기주의와 개발에 따른 공허한 기대심리를 길러 주고 싶었다. 표를 얻는 기본 공식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이성적으로 판단하면 가덕도 공항 건설 반대다. 부울경 지역 국회의원들이 무리를 지어 앞장서 가덕도를 밀어 부치고 있다. 가덕도가 무리하게라도 완공이 될 즈음에는 그들은 정치적 욕심을 다 채우고 난 이후가 된다. 현재 적극 찬동하는 정치인들은 표만 얻고 책임은 지지 않는 꽃 놀이패를 두고 있다.
부산시민들은 현모양처격인 김해공항 확장을 왜 마뜩지 않게 생각하는가. 인프라는 뭐든지 크고 많으면 좋다는 생각, 대구에 신공항을 빼앗기게 되면 부산의 위상이 대구에 못 미치게 될까 염려스럽기 때문이다. 가덕도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개발 예산을 일단 손에 쥐고 보자는 것이다. 남의 손에 쥐어 주는 것은 싫다는 것이다. 국가의 장래가 어떻게 되든 부산, 나만 우선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못 먹어도 고다. 부산시민의 속 마음을 잘 알고 이끌어 나가주는 정치인들에게 때가 되면 표 하나 쥐어줄 모양이다. 시민의식에 문제가 없는지 돌이켜 봐야한다.
지역사회만 존재하고 국가 사회는 눈에 들어 오지 않는가? 국가 균형발전이라는 대전제 아래 그러면 제2 공항은 어디에 지어야 할까라는 담론에서는 지역이기주의가 팽배해져서 이성적 판단이 길을 잃고 말았다. 가덕도에 남은 마지막 양심은 매립도 어렵고 플로팅은 더더욱이나 안 된다는 기술적 타당성을 믿고 이를 지지하는 것밖엔 없다. 가덕도 정치는 대한민국의 아픈 곳이 어디인지를 알려준다. 아픈 곳이 어디인 줄 알면 고쳐야 할 텐데 고치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여호영 지아이에스 대표이사 yeohy_gi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