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이 심화하면서 데이터 폭증, 인공지능(AI) 발달과 함께 디지털전환 및 융·복합화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이 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산업과 상호 연결되고 융합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특히 초고령화 시대의 도래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거치면서 디지털을 통한 개인·공동체의 신체 및 정신건강 등 심신의 균형과 조화로운 삶, 즉 '디지털 웰니스'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세계 첨단 디지털 기술 트렌드를 볼 수 있는 CES에서도 지난해 웰니스가 AI를 중심으로 한 미래산업의 키워드로 주목됐다. 올해에도 건강관리와 의료비용을 낮추고 다양한 서비스에 접근 가능성을 높이는 기술이 대거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나라도 SK바이오팜, 롯데헬스케어 등 대기업은 물론 중소·벤처기업, K-스타트업이 참여해 맞춤형 건강관리 플랫폼 등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였다. 이와 함께 지속 가능성과 회복력, 건강과 웰빙, 안전기술 등을 포함하는 '굿테크'(goodtech)라는 개념도 주목할 키워드로 떠올랐다.
'Life's Good'이라는 기업의 익숙한 슬로건이나 크리슈나 IBM CEO가 취임식에서 IBM을 굿테크의 표본으로 확립하겠다고 한 것처럼 바로 기술도 인간을 위해야 한다는 뜻이다.
최근 우리 정부도 '디지털 전략' '디지털 바이오 혁신전략'을 발표하는 등 움직임이 바빠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바이오는 대량 데이터 기반으로 AI를 비롯한 첨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서 진행하는 바이오 연구개발(R&D)로 디지털 강국의 강점을 바이오에 접목하고 있다. 세계 경제 패권 움직임 심화, 저성장 양극화 위기, 기후 변화 등 변화와 위기에 대한 정부의 해법도 디지털이다. 이와 함께 디지털전환을 뒷받침할 '디지털 법제 패키지'의 제정이 본격 추진된다. 디지털 권리장전(디지털 보편권)을 비롯해 디지털 사회 기본법, AI 기본법, 메타버스 특별법, 디지털 포용법 등이다. 디지털은 인간의 삶을 이롭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며, 계층 간 및 지역 간 다양한 스펙트럼의 디지털 격차를 줄이고, 모든 사람이 보편적 권리로 골고루 디지털 혜택을 받도록 하는 일이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국가의 중요한 책무가 됐다.
그런데 이러한 디지털 세계가 지향하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도 그것은 관련 기술과 기업·산업의 발전 그 이상일 것이다. 특히 우리의 건강과 생명을 다루는 디지털 웰니스 분야에서는 그 비전이 궁극적으로 디지털로 이루는 기본적인 삶의 조건, 보편적인 권리로서의 웰니스, 지속 가능한 최적의 삶을 꾸려 나가는 것이어야 한다. 지금까지 인류는 지구가 아닌 다른 곳에서 생명을 발견하지 못했다. 우주에서 생명은 오히려 예외적인 현상이라고 할 정도로 우리의 생명이 소중하다는 뜻이다. 지구에 사는 인류는 이제 우주로도 뻗어나가고 미시세계의 양자역학에까지 도달하게 되었지만 생명은 여전히 신비롭고 불가사의다. 지식이 넘쳐나는 시대에도 아직 인류의 각성과 깨달음은 데이터 시대에서 생명 시대를 맞을 준비가 덜 된 것인지도 모른다.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는 다가올 생명 시대를 준비하는 한편 디지털 시대에 우리 건강과 최적의 삶(wellness)을 추구하는 데 필요한 디지털 웰니스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새로운 여정을 출발했다. 디지털 세계를 아날로그 세계, 즉 우리의 몸과 마음 및 사회와 환경과 연결해서 인류가 균형 있고 조화로우며 행복하고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열린 생태계의 조성이 중요하다. 디지털 웰니스가 기존의 경계를 넘나들며 데이터 시대에서 생명 시대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기회의 생태계로 함께 성장해 가기를 기대해 본다.
최희윤 한국디지털웰니스협회 회장·한양대 특임교수 anness22@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