휠라홀딩스 최대 주주인 피에몬테가 연초부터 잇달아 지분을 매입하고 있다. 이달 보름이 채 안돼 네 차례나 지분을 사들이며 지배력을 늘리고 있다. 피에몬테는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을 포함한 오너 일가 개인회사다. 비상장사인 피에몬테를 승계 작업에 활용해 지배력을 확장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피에몬테는 이번 달 6일부터 11일까지 네 차례에 걸쳐 주식 총 16만601주를 장내 매수했다. 피에몬테 지분율은 작년 6월 기준 24.72%에서 26.77%로 증가했다. 피에몬테의 지분 확대는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하락하면서 시작됐다. 이듬해 주가가 반등하자 주춤했지만 작년 주가가 떨어지자 매수를 재개했다. 작년 한 해 피에몬테는 총 55차례에 걸쳐 286만 여주를 취득했다.
피에몬테 최대주주는 윤윤수 휠라홀딩스 회장으로 지분 75.18%를 보유하고 있다. 이어 윤근창 대표가 최대주주로 있는 의료용 전동스쿠터 제조사 케어라인이 20.77%를, 윤근창 대표가 4.05%를 보유하고 있다.
피에몬테는 지난 2017년 윤 회장과 오너 일가가 기존에 보유한 회사의 기명식 보통주 245만5321주를 현물출자해 설립했다. 현재 윤 회장과 장남인 윤근창 휠라홀딩스 대표, 장녀 윤수연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됐다.
휠라그룹은 휠라홀딩스가 지주사로 핵심 계열사인 휠라코리아, 매거너스홀딩스 등 지분을 100% 소유하고 있다. 지주사인 휠라홀딩스가 있지만 개인회사인 피에몬테가 사실상 지배하고 있는 옥상옥 구조다. 피에몬테의 지분 매집이 이어지는 것은 향후 승계에 대비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안정적인 배당을 통해 승계 자금을 마련하고 비상장사인 지분 승계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윤근창 대표는 지난 2019년 3월 사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능력 시험대에 올랐다. 윤 대표는 휠라코리아가 글로벌 본사를 인수한 2007년 자회사인 휠라USA에 입사해 경영 수업을 시작했다. 이후 현장 경험을 쌓은 그는 휠라코리아에 합류해 '휠라'를 젊은 브랜드 이미지로 탈바꿈시켰고 홀세일(도매판매) 방식 도입, 소싱력 강화 등으로 능력을 입증받았다.
윤 대표는 글로벌 5개년 전략을 발표하며 오는 2026년까지 목표 매출액 4조4000억원을 달성한다는 포부다. 그러나 지난 3분기 아쿠쉬네트 실적을 제한 휠라 부문 영업이익은 2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55%가 감소했다. 미국 사업의 경우 153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연말 글로벌 사업 조직개편을 실행하며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새해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당장 반등하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대신증권은 지난 6일 휠라홀딩스 목표주가를 4만7000원에서 4만4000원으로 낮추면서 “환율 하락을 반영해 실적을 하향 조정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 저가 채널 재정비, 공급망 병목 현상의 여파 등으로 2022년 크게 부진했던 실적은 2023년 상반기를 지나면서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박효주기자 phj20@etnews.com